'삼계탕' 넘보는 중국…"고생은 우리가 했는데 다 빼앗길 판" [강진규의 농식품+]

입력 2021-03-30 11:40   수정 2021-03-30 13:30


중국의 농식품 문화공정이 삼계탕까지 넘보고 있다. 삼계탕을 두고 광둥성의 요리가 한국으로 전래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자국 문화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식품업계에서는 10년 넘게 삼계탕 세계화를 위해 싸우며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채가려고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계탕이 광둥식 국물요리?
30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이 삼계탕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래했다고 왜곡했다. 연구팀이 제공한 바이두 백과사전 삼계탕 항목의 설명을 보면 '고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식 국물 요리로,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이같은 설명의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문헌이나 구전 기록은 전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둥성 남부에서 돼지고기를 넣은 국물 요리 등이 있는 것을 고려해 삼계탕 공정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 드라마에서는 삼계탕을 먹는 장면을 방영하며 '장백산에서 나온 인삼을 이용해 만든 중국 전통 요리'라는 식의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서 교수는 "김치, 조선족 등에 이어 삼계탕에도 동북공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바이두에 이메일을 보내 '정확한 정보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같은 아전인수식 설명에 국내 농식품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농촌진흥청은 '삼계탕은 전통 요리인 닭백숙이 일제강점기 무렵 진화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부유층 사이에서 닭백숙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요리가 처음 나왔다. 실제 인삼이 들어가는 현재의 삼계탕은 1960년대 이후 모습을 갖췄다. 이후 1970년대 무렵부터는 대표적인 대중 보양식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10년만에 수출길 열었는데

중국의 삼계탕 공정에 대해 식품업계에선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삼계탕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중국이 끼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이 1990년대 말부터 세계 각국에 삼계탕 수출을 타진하며 세계화를 위해 싸워온 것이 이제 막 결실을 보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삼계탕 공정이 나와서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96년 캐나다, 2004년 미국 등에 삼계탕 수입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타국의 축산물 수입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삼계탕 수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국 정부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상대국을 설득하기 위해 위생 기준을 강화하고 각종 제도를 보완했다.

미국의 경우 10년의 설득 끝에 지난 2014년부터 수출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19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삼계탕 수출국이 됐을만큼 인기가 높다. 캐나다는 24년간의 협상 끝에 최종합의에 이르러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됐다. 중국도 2016년이 돼서야 삼계탕이 수출되고 있다.

수출 허용을 위해 노력한 결실은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다. 삼계탕 수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3455톤이 수출됐다. 전년 대비 44.7% 늘었다. 수출액은 1116만달러에서 1673만달러로 증가했다. 미국과 일본, 홍콩, 캐나다, 대만 등이 주요 수출국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간편식 수요가 늘고, 한국의 건강식이 인기를 끈 영향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중국산 삼계탕으로 세계시장 장악나서나
중국은 삼계탕과 관련해 수출에 필요한 무역 분류 기호인 HS코드를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HS코드를 직접 관리하며 삼계탕 수출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내 삼계탕 공정을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HS코드를 관리하며 세계화에 나설 경우 한국의 삼계탕 세계화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 김치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계탕 수출을 허가받기 위해 세계 각국을 설득하는 고생은 한국이 다 하고도 정작 수출 성과는 중국이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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