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뻔한 꽃그림? 이토록 아름다운 걸"

입력 2021-03-30 11:16   수정 2021-03-30 11:43


"꽃은 절대 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소재였어요. 하지만 군대간 아들이 제 생일에 보낸 꽃바구니를 받고선 '이렇게 아름다운 걸 그리지 않는다면 뭘 그린단 말인가'하며 붓을 잡았죠."

이정은 작가의 말처럼, 꽃은 화가들에게 피하고 싶은 소재 중 하나다. 너무 많은 화가가 다룬 가장 오래된 대상이기 때문이다. 서울 관훈동 통인화랑의 '화론(花論)'은 클리셰에 반기를 든 전시다. 김정선, 김제민, 신수진, 이광호, 이만나, 이정은, 이창남, 한수정, 허보리 등 중견작가 9명은 뻔한 소재 꽃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냈다.


시작은 이창남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멈췄던 지난해 김정선 작가에게 제안했다. "너무 우울하지 않니? 우리 꽃 그림 그리자." 서로 작가를 추천하며 1964년생 이창남부터 1981년생 허보리까지 모였다. 김정선은 잡초 속에서 생명력을 뿜어내는 노란 민들레를 구상에서 추상으로 발전시켜가는 작품 '지금 여기'를 내놨다.


이창남은 꽃에 시간을 더했다. 약 3주간 진행된 작업을 통해 화병 속 꽃이 피어나고 시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머리만 남기고 이미 죽은 꽃은 시들어가는 과정에서 시간을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신수진은 작은 꽃잎이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만드는 겹꽃을 내놨다. 세필붓에 유화물감을 묻혀 꽃잎 하나하나에 실린 생명력을 그렸다. 신수진은 "작은 일상, 하나하나의 순간이 모여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점에서 겹꽃은 내 삶과 닮았다"고 소개했다.


허보리는 빠르고 거친 붓놀림으로 능내역, 고기리의 흐드러진 꽃밭을 리드미컬하게 풀어냈다. "실제로 춤추며 그림을 그린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캔버스에서는 힘과 흥이 넘친다. 참여작가 중 유일한 동양화가인 이정은은 꽃과 고양이, 책이 더해진 현대적인 책가도(冊架圖)를 선보인다. 전시는 4월 11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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