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마을버스 없어질까'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대학가 마을버스 사라진다?

입력 2021-03-30 17:07   수정 2021-03-30 17:08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 김봉주 대학생 기자] 마을버스가 멈출 위기에 처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던 차에 코로나19의 여파로 승객까지 급감한 탓이다. 특히, 비대면 수업으로 통학 수요가 급감한 대학가 마을버스의 피해는 더욱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시 마을버스 이용객은 전년 대비 약 27%(115만 명) 감소했다. 감소율을 살펴보면 이용객 수 감소 상위 10개 노선 중 8개 노선이 모두 대학가 경유 노선이다.

경희대 학생들의 발이 되어 주던 ‘동대문 01번’ 버스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경희대가 개강한 지 2주가 지난 3월 17일 아침에 방문한 동대문 01번 버스에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오전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에는 회기역 계단 위까지 줄을 설 정도로 붐비던 버스는 여유롭게 앉아서 갈 수 있을 정도로 이용객이 줄었다.

동대문 01번 버스는 전국에서 가장 짧으면서도 1대당 가장 이용객이 많은 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학교와 경희여중·고 등 학생 이용객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하지만 경희대가 세 학기째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고 중고등학교에서도 원격 수업이 진행되자 이용객이 40%나 줄어들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경영난으로 인해 배차도 하루 5대에서 4대로 줄어들었다. 대학생 김진욱 씨(경희대 24)는 “이전보다 버스가 덜 오는 것 같다”며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걸어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막차 시간도 한시적으로 1시간씩 단축 운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경희대와 한국외대 후문을 경유하는 동대문 02번 버스의 이용객이 급감하자, 버스업체(우리운송) 측은 구청에 노선 단축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노선 단축 심사는 중단된 상태다.

우리운송 측 관계자는 “개강을 해도 전혀 상황이 나아지지 못했다”며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노선인 만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타격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중앙대생들의 ‘비공식 셔틀버스’라 불리던 동작 01번 버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앙대 후문에서 만난 한 학생은 “오랜만에 동작 01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왔는데,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동작 01번 버스 기사 김영진 씨에 따르면 동작 01번 버스는 현재 하루 18대에서 13대로 감차를 한 상태다. 김 씨는 “신학기에는 항상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대학생들이 많아 밤 9시가 넘어서도 버스가 붐빌 정도로 이용객이 많았으나, 코로나 19 이후로는 그런 광경을 못 보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자 마을버스 대표들은 2월 18일부터 시청, 시의회, 청와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마을버스 업계 측에서 입을 모아 주장하는 해결책은 ‘요금 인상’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성인 요금 기준으로 2015년 6월에 교통카드 900원, 현금 1000원으로 인상한 이후 6년간 오르지 않았다. 어린이와 청소년 요금은 14년째 동결된 상태이다. 이마저도 마을버스의 환승률이 65%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마을버스 회사에 돌아가는 몫은 더욱 줄어든다. 한 마을버스 업계 관계자는 “6년간 최저임금, 유류비, 식대 모두 올랐지만, 버스 요금만 그대로”라며 “이대로는 직원들 봉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준공영제로 시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시내버스와 달리, 서울시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어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재정지원은 줄어들었다. 마을버스에 대한 재정지원은 차량 한 대당 수익이 지원 운송원가(45만 7000원)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지원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2020년 3월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후 지원 대상 노선이 급격히 늘어나자, 서울시는 지원 운송원가를 41만 1000원으로 줄였다. 이후에도 재정 지출이 계속 늘어나자, 지난해 7월 서울시는 각 자치구 단위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자치구 역시 재정 부족을 겪고 있어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현재 올해 편성한 230억 원의 재정지원금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긴 하나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만큼 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시의 해결 능력을 넘었으니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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