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내 공기업 혁신과 공공성을 강조해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대한석탄공사 감사에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강릉지역위원장을 앉혔다. 김 감사는 지난해 21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전직 대한석탄공사 감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동연 전 기재부 장관은 2018년 김진열 문재인 캠프 광주시당 대선 유세본부장을 이 자리에 앉혔다. 두 사람 모두 석탄 사업과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황찬익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는 문재인 캠프 ‘108불교특보단’ 출신인 불교계 인사다. 2017년 당시 전국 불자 3000명을 모아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지역난방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자리가 불교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 출신인 허정도 LH 감사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강래구 전 민주당 대전동구 지역위원장), 한국가스공사(남영주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한국남부발전(손성학 노무현 대통령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등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꼽힌다. 이들을 포함한 29명의 감사는 해당 공기업과 업무 관련성이 없다.
정부는 이들 캠코더 인사 논란에 ‘의도적인 무시’로 일관하며 공기업을 혁신하겠다고 하고 있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혁신 대책은 자칫 ‘모래 위에 집 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적폐청산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기업 낙하산 논란은 정권 때마다 있었지만 이 정부 들어 전문성 경시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며 “공공성과 경영 효율 모두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막대한 혜택이 관리·감독 업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보은’용으로 쓰이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막으려면 감사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추천위원회가 2명 이상의 복수 후보를 선정하면, 이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기재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1명을 결정한다. 추천위 선정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가 1명씩 끼어들어가고 결국 그 사람으로 결정되는 게 관례처럼 돼왔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추천위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복수 인사를 선정해도 낙하산 인사가 최종적으로 발탁되는 시스템이 문제”라며 “추천위가 단수 추천하도록 하고, 정부는 반려 권한만 갖게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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