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은 美 떠나라"…무차별 폭행에도 시민들 또 외면

입력 2021-03-31 12:19   수정 2021-06-09 14:04

미국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 거리 한복판에서 지난 29일 오전 11시 40분께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로 추정되는 ‘묻지마 폭행’ 사건이 또 발생했다. 피해자는 65세의 필리핀계 이주 여성이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아시아계 이민자가 잔인하게 폭행 당하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전국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폐쇄회로(CC) TV에 따르면 맨해튼 43번가를 걷던 중년의 건장한 흑인 남성이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여성을 갑자기 발로 걷어찬 뒤, 여성이 넘어지자 수차례 발로 내리 찍었다.

남성은 분을 참지 못한 듯 여성을 향해 괴성을 지르다 현장을 떠났다. 당시 그는 “당신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You don’t belong here)”고 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CCTV에는 보안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해당 상황을 건물 안에서 지켜보는 장면도 담겼다. 이들은 폭행을 말리기는 커녕 지켜보기만 하다 가해자가 자리를 뜨자 도움 요청을 차단하려는 듯 출입문을 닫았다.

이 직원들은 추후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해당 건물 ‘브로드스키 빌딩’의 관리회사가 밝혔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공감 능력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피해자는 수십년 전 필리핀에서 이민을 온 빌라 카리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는 안면과 골반을 심하게 다쳤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카리 씨의 딸은 “엄마가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언론의 추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욕경찰(NYPD)는 CCTV 영상과 함께 용의자 얼굴을 공개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수배했다. 현상금은 2500달러다. 중국 및 한인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퀸스 지역 등에는 경찰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

앞서 같은 날 뉴욕 지하철에선 또 다른 흑인 남성이 아시아계 남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공분을 샀다. 피해자가 기절할 때까지 맞았는데도 주변에서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동영상엔 환호성이 들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버나디노 캠퍼스가 경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으로 뉴욕시가 꼽혔다. 올 들어서도 뉴욕에서만 반(反)아시아 혐오 범죄 신고가 33건 접수됐다. 작년 수준(28건)을 이미 넘어섰다.

경찰에 따르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람은 수차례 체포됐던 전력이 있거나 노숙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뉴욕경찰은 같은 날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아시아계 여성의 배낭에 불을 지른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근엔 브루클린 공원에서 강도를 당하던 아시안을 도우려던 또 다른 아시아계 시민이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누군가 공격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주변에도 크게 소리쳐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아시안을 상대로 한 미국 내 폭행 및 폭언이 작년 3월 이후 연말까지 하루 평균 9건씩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인(1142건·40.7%) 피해가 가장 컸으며, 한국인 424건(15.1%), 베트남인(8.2%), 필리핀인(7.2%) 등 순으로 집계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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