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vs 풀무원 '들기름 싸움'

입력 2021-03-31 17:09   수정 2021-04-08 18:53

오뚜기와 풀무원이 새로 출시한 들기름 막국수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뚜기가 풀무원에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제공하던 들기름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최근 풀무원 측에 “초도 물량을 제외하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풀무원이 지난 23일 선보인 신제품 ‘생가득 들기름 막국수’는 오뚜기제유의 들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식품 B2B업계에서 신제품 출시 초기에 공급사가 핵심 재료 공급을 전격 중단하는 일은 드물다.

업계에선 오뚜기가 연초부터 주력 제품으로 예고한 경기 용인의 막국수 맛집인 ‘고기리막국수’ 출시와 맞물린 신경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간 30만 명이 다녀가는 전국구 맛집 대표 제품의 간편식이 나온다는 소식에 SNS는 3월 초부터 들썩였다. 30일 0시 오뚜기가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브’를 통해 출시하자 2만9000세트가 완판됐다.

이번 들기름 공급 중단을 두고 오뚜기가 예고한 막국수 제품을 풀무원이 1주일 먼저 내놓자 발끈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오뚜기는 국내 식품 B2B 양념 부문의 큰손이다. 회사 매출의 40%를 식품 소스와 양념 공급이 차지한다. 오뚜기 경영진은 “상반기 주력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를 경쟁 제품에 납품하는 건 영업 기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새로운 들기름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풀무원은 난감한 입장이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들기름을 확보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대부분이 영세업체라 대체재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풀무원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세진식품은 공장 운영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대비 크게 오른 원료 가격도 양사의 ‘들깨 기름’ 전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 들깨 가격은 20㎏ 기준으로 지난해 4만9827원에서 올 들어 5만7330원으로 15% 이상 올랐다. 오뚜기 관계자는 “우리 제품에 물량을 대기도 빠듯하다”며 “들깨값이 올라 생산량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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