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주거 절실해도…'국가 책임' 함부로 던질 말인가

입력 2021-03-31 17:52   수정 2021-04-01 00:2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이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또다시 사과했다. 이어 “치매나 돌봄처럼, 주거도 국가가 책임지는 ‘내집마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했다. 작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주택자 세부담 완화를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공수표를 만들어버린 장본인이지만, 이번에는 믿어달라며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전한 것이다.

선거 막판에 여당 선대위원장이 주거 문제를 강조할 정도로 서민의 주거복지는 열악함을 넘어 고통이 된 게 현실이다. 집값 폭등 탓에 저축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꿈을 접은 지 오래이고, ‘벼락거지’라고 신세한탄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사를 가려면 빚을 더 내야 하는데, 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의 대출규제 등은 일부 완화됐지만, 집 장만 관련 금융규제는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이런 문제를 공공임대를 늘리고, 대출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월세쿠폰을 지원하는 주거복지 서비스 강화로 해결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방향을 ‘내집 마련’으로, 그것도 ‘국가 책임’으로 풀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가주의 비판을 차치하더라도 너무 나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가 책임의 일례로 이 위원장은 청년과 신혼세대를 위한 ‘50년 만기 모기지대출 국가보증제’ 추진을 약속했다.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만기 4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시범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니, 이를 10년 정도 더 늘리는 안(案)이다. 여기에 ‘국가보증’이란 꼬리표를 달려면 저(低)신용자를 위한 신용보강을 해주고, 금리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 부실채권도 막아야 한다. 국가 재정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문제고, ‘집 줄 테니 표 다오’식의 얘기가 되고 만다. 또 여당에 등을 돌리는 청년 등에만 50년 대출을 보증해주면 40~50대 무주택자들의 설움엔 눈감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가책임제의 당정협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엉뚱한 얘기는 아닐 수 있다”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답했다. 아무리 선거가 정당의 숙명이라고 해도, 집권여당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국가책임제’를 던져도 되나 싶다. 설익은 정책임은 물론, 또 한번 허언(虛言)이 될 수도 있다. 선거 후에 여당에 확인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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