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 벽도 깨졌다…111년 역사의 감자칩 '두께 전쟁'

입력 2021-04-02 07:00   수정 2021-04-02 07:17



포테토칩, 포카칩, 스윙칩, 수미칩 등이 수십 년간 장악했던 국내 감자칩 시장은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등장하며 '시즈닝 경쟁'으로 번졌다. 꿀과 버터로 맛을 낸 허니버터칩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구운김맛, 간장치킨맛, 오모리찌개맛, 참기름맛, 짜왕맛 등의 다양한 맛이 등장했다. 국내 감자칩 시장 규모는 약 2200억원. 감자 약 6만t이 사용되는데 이 중 50%가 국산 감자다.
두껍게? 얇게? 감자칩 두께의 비밀
올해는 '두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리온이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일 오리온은 0.8mm 두께의 국내산 감자칩 중 가장 얇은 '콰삭칩'을 선보였다. 1988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포카칩의 '극세 버전'이다.

감자칩의 두께 경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에도 있었다. 평균 1.2∼1.4㎜ 수준인 감자칩을 최대 두 배 가까이 두껍게 하거나 반대로 얇게 만든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해태제과와 오리온은 당시 각각 1.8㎜, 3㎜의 신제품을 선보였고, 농심은 주력 제품인 '수미칩'을 원래 두께보다 더 얇은 1.4㎜짜리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과자 회사들은 왜 이렇게 감자칩 두께에 집착할까.
111년 된 감자칩…자존심 건 경쟁의 역사
감자칩은 1853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뉴욕주 한 식당 요리사가 '감자를 더 얇게 썰어달라'는 손님의 주문에 맞춰 기름에 튀긴 뒤 소금과 내놓은 게 시작이었다. 1910년엔 우리가 먹는 봉지 감자칩이 등장했다. 1950년대에는 여러가지 맛으로 시즈닝한 감자칩이 등장했다.

감자를 먹기 좋은 상태로 숙성한 다음 얇게 썰어 튀기는 자칫 단순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감자칩의 세계는 복잡하다. 숙성의 정도, 감자의 두께가 맛을 좌우한다. 감자칩의 가장 일반적 조리법은 1.6mm. 이 두께를 황금 두께라고 부른다. 봉지 감자칩은 1.2~1.4mm로 제조된다. 더 얇으면 감자가 기름을 너무 많이 먹는다. 더 두꺼우면 감자칩 속에 수분이 남이 눅눅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제과업계에선 감자칩 두께가 제과업체 기술력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본다. 감자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게 핵심이다. 품종도 중요하다. 수분을 제외한 고형분의 함량과 전분 함량이 높고 환원당의 함량이 낮아야 고소하면서 바삭하다. 자칫 이 비율을 잘못 잡으면 검게 변한 감자칩이 된다.
1988년 평창 '감자연구소' 지은 오리온
오리온이 출시한 '콰삭칩'은 생감자를 0.8mm 내외로 얇게 썰어 튀겨내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했다. 1.4mm이던 포카칩의 두께를 0.6mm 더 얇게 썰었다. 얇게 잘린 감자가 튀겨지면서 만들어지는 일정하지 않은 모양이 콰삭칩의 특징이다. 입 안에 넣으면 '콰삭'하고 부스러지는 소리가 난다는 것에 착안해 이름도 '콰삭칩'으로 지었다고.



오리온은 얇으면서도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고 특수 공법을 개발했다. 튀기는 온도와 시간도 두께에 맞게 연구했다.

오리온은 1988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만들어 감자스낵에 최적화된 감자 품종을 개발하고 계약재배 농가에 영농기술을보급해왔다.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R&D 연구소에서 각 지역 토종 감자도 연구한다. 그 결과 스윙침, 무뚝뚝감자칩, 눈을감자 등 식감과 모양, 두께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감자칩도 제철이 있다는데
국산 감자를 사용하는 제과회사들은 6월부터 11월까지를 '감자칩이 가장 맛있는 때'라고 말한다. 감자 수확철에 햇감자로 만드는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감자 주산지인 전남 보성, 충남 당진, 강원도 양구 등에서 수확하는 국내산 감자는 감자 저장소로 이동돼 최적의 숙성 상태에서 감자칩으로 변한다.

혼술족과 홈술족이 늘어나는 것도 제과회사들이 감자칩에 공들이고 있는 이유다. 과자 시장이 정체된 와중에서도 갑자칩 시장은 가벼운 맥주 안주 등으로 각광받으며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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