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0조 굴리는 '큰손' 한은도 ESG 부실기업엔 투자 안한다

입력 2021-04-01 15:00   수정 2021-04-01 16:00

한국은행은 앞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부실하다고 평가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도 투자 중단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은의 이같은 방침은 민간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자산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ESG 부실기업 자산을 외환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적용 원칙 및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외국에서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말 기준 운용 외화자산은 4301억달러(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 수준이다. 이는 전세계 중앙은행 중 9위에 해당한다.

한은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에 따라 ESG 부실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앞으로 투자를 자제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ESG 부실기업은 세계 최대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ESG 등급을 기준으로 선별한다. MSCI는 기업 경영현황을 평가해 ESG 등급을 AAA부터 CCC까지 7개로 매기고 있다.

한은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본격 채택하면 MSCI ESG 최저등급(CCC) 기업 주식·채권 등은 외자운용원 투자대상에서 배제되게 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스웨덴중앙은행이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추진을 선언했고, 한은은 주요국 중 두번째로 이 전략을 채택하는 중앙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과 반대로 ESG 우수기업 자산을 더 매입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54억5000만달러 규모인 ESG 자산을 더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화자산 운용액과 관련해서 ESG 투자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따라 MSCI ESG 최고등급(AAA) 기업 채권·주식을 더 사들이는 것은 물론 국제기구에서 발행하는 그린본드(자금 사용 목적이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채권) 등을 더 매입할 계획이다.


한은이 ESG 전략을 가다듬는 것은 최근 금융안정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그린스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과도 맞물린다. 그린스완은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1월 발간한 동명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에서 따온 개념으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실물경제 위기가 여러 경로를 거쳐 금융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그린스완을 분석·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BIS 보고서 발간 직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관련 ESG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은도 관련 ESG 연구 인력을 뽑고 외화자산 운용 지침도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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