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한 잎…초록과 함께라면, 모두의 삶은 예술이 된다

입력 2021-04-01 17:19   수정 2021-04-02 02:25



식물은 말이 없다. 하지만 부지런하다. 땅속에서 움을 틔워 싹을 돋아내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든 뒤 소멸할 때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는 법이 없다.

하찮은 풀 한 포기일지라도 식물의 삶과 죽음은 우리의 그것과 닮았다. 때가 되면 물을 적셔야 하고, 적당한 빛과 공기를 만나야 한다. 때론 잡초를 뽑아내거나 땅을 갈아엎어야만 살 수 있다. 오래 머물렀던 삶의 터전을 옮기거나 환경을 바꿔줘야만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어쩌면 식물을 돌보는 일은 가장 성실하고, 가장 창의적인 동시에 파괴적이다. 이 파괴는 성장을 위한 ‘필연적 파괴’다.


위대한 화가들은 예술적 영감을 정원에서 빌렸다. 인상파 화가에서 추상 화가까지 세계적 거장들은 그림을 그리는 일과 정원 가꾸기를 함께했다. 앙리 마티스는 파리 교외에 정원을 만들어 작업실을 정원 안에 지었다. 다채로운 빛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였다. 폴 고갱은 북아프리카와 남태평양 제도의 이국적 정원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었다. 굴곡 많은 삶을 산 프리다 칼로에겐 바깥 세상으로부터 위로받으며 삶과 예술을 지속할 수 있게 한 ‘푸른 집의 정원’이 있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 역시 작은 정원과 대자연의 정원을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했다.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 등 추상미술의 거장,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정원에서 창조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이들은 “땅에서부터 나무 곳곳으로 뻗어가는 수액처럼 정원을 보면 몸 안에 창조성이 흘러넘친다”고 했다.



하나의 정원에서 수백 점의 걸작이 탄생한 까닭은 식물이 갖고 있는 창조적 에너지 때문이다. 소박하고 단순한 행위처럼 보이는 식물을 기르는 일은 그 자체로 삶의 기쁨과 슬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무한의 감각들을 깨운다. 플랜테리어로 나의 공간을 꾸미고, 화분 하나를 진심으로 돌본 사람은 안다.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은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세상의 변화에 집중하는 여정이라는 것을. 식물을 우리 곁에 두는 순간, 우리의 삶은 그렇게 예술이 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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