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에만 효능있는 CAR-T 항암제, 유방·난소암에도 적용할 방법 찾았다

입력 2021-04-02 17:01   수정 2021-04-03 01:49

부작용은 적으면서 효과는 큰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의 활용도를 높여줄 연구가 나왔다. CAR-T는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하는 세포 치료제다. 암세포의 표면에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단백질 정보를 T세포에 삽입해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만든 것이다.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치료제를 개발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한 번만 맞아도 완치 수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고 있지만 모든 암종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CAR-T 치료제는 혈액암에서만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 역시 혈액암이 대상이다.

그 이유는 고형암의 경우 암세포 표면에서만 발생하는 암 특이적 단백질(항원)이 드물어서다. CAR-T 치료제가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상세포에는 없고 암세포에서만 균일하게 발현되는 항원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고형암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은 대부분 정상세포에서도 발현된다. 또 고형암은 CAR-T 치료제가 혈액을 통해 표적 기관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속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제약도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고형암인 유방암, 난소암에 CAR-T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공대와 핀란드 헬싱키대 공동 연구진은 유방암, 난소암, 식도암, 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나타나는 사람표피 증식인자 수용체2(HER2)의 과발현 현상을 이용했다. HER2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과발현은 여러 고형암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돌연변이다. 하지만 정상세포 표면에서도 상당수 발견되기 때문에 그간 CAR-T 치료제의 표적이 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CAR-T가 HER2를 인식하기 전 ‘준비단계’를 추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CAR-T세포에 HER2를 인식해 공격하는 ‘CAR’ 수용체 대신 HER2와 친화성이 낮은 ‘노치(Notch)’ 수용체만을 발현시킨다. HER2가 노치 수용체에 결합하면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CAR 수용체가 T세포 표면에 발현된다.

이런 ‘투 스텝’ CAR-T 치료제는 HER2 농도가 적은 정상세포 조직에서는 CAR 수용체가 매우 적게 발현돼 HER2를 공격하지 못한다. 반면 HER2 농도가 높은 암세포에서는 CAR 수용체의 발현이 매우 늘어난다. 암세포에 대한 특이적인 공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진은 쥐 모델에서 투 스텝 CAR-T 치료제가 암세포만을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칼레 사크살레 헬싱키대 교수는 “난소암 치료에 CAR-T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암세포가 저항성을 가질 수 없도록 여러 암의 특이적 항원을 공격하는 ‘다탄두 미사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크살레 교수팀은 현재 핀란드 학술원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고형암의 CAR-T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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