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가격 차가 10% 이상 벌어지자 전문가들은 ‘2018년과 같은 악성 버블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투기의 징후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 5%를 넘기면 투기 징후로 분석한다. 2019년부터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는 4~5%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외 암호화폐 가격 차이가 5%를 넘어갔을 때 해외에서 구매한 암호화폐를 국내에서 팔면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차익 거래의 영향으로 ‘김치 프리미엄’은 보통 5% 정도를 정상으로 본다. ‘김치 프리미엄’이 10%를 웃도는 것은 차익 거래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한국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외 가격 차는 한국의 엄격한 외환거래법도 영향을 준다. 일부 투자자는 해외에 있는 은행이나 거래소 계좌로 송금해 암호화폐를 싼 가격에 산 뒤 한국에서 되파는 차익 거래 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송금액이 10억원을 넘기면 외환거래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국내 암호화폐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석문 코빗 이사는 “해외에서는 10% 오르는 데 그칠 일이 외국에서 쉽게 암호화폐를 들여올 수 없는 한국에선 공급 부족 탓에 20% 이상 올라가는 일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8년보다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투기의 초입에 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 10월 말께 10%를 넘긴 가격 차는 3개월 뒤인 2018년 초 60%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한 달 만에 0%까지 폭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해외 자금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의 ‘김치 프리미엄’은 정상적인 수준이 아니다”며 “프리미엄은 언젠가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하락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이라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외에서는 장기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기관이 암호화폐를 ‘투자상품’으로 인정하는 추세여서다. 지난달 31일 비자는 암호화폐인 USD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이날 개인자산관리 고객에게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 월드론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비트코인 투자를 원하는 고객 수요가 증가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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