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라이벌 효과

입력 2021-04-04 18:17   수정 2021-04-05 08:12

191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원래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였다. 그런데 테슬라의 예기치 않은 수상 거부가 문제였다. 19~20세기 ‘전류전쟁(Current War)’에서 교류(交流)를 고안한 테슬라가 직류(直流)의 에디슨을 눌렀다는 점에서 공동 수상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에디슨도 상을 거부해 그해 물리학상은 다른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당시 언론 보도와 전기 작가들이 전한 일화이지만, 이런 라이벌 의식이 전기문명을 앞당긴 디딤돌이 된 점은 분명하다.

라이벌 경쟁은 대체로 긍정적 효과가 많다. 1955년생 동갑내기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과 정보기술(IT) 철학을 바탕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여, PC와 인터넷 혁명을 더욱 앞당겼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라이벌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으로 가면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반세기에 걸친 경쟁을 빼고 한국의 현대 정치사를 말할 수 없다. 테니스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도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 등 걸출한 스타의 존재였다.

이런 라이벌의 존재는 승자독식이나 반독점규제 논란을 줄인다는 점에서 값지다. 약자인 언더독(under dog, 2·3위 기업)의 존재는 강자인 톱독(top dog, 1위 기업)에 꼭 필요하다. 자칫 느슨해질 1등을 더 뛰게 만든다. 그래서 가능하면 경쟁자를 ‘죽이지 않고 잠재우는’ 전략을 편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보잉과 에어버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이 대부분 그런 경쟁관계에서 발전했다. “라이벌에 감사하라. 그는 내 성공의 촉진제”라는 말은 진리나 다름없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SSG)의 첫 경기가 어제 인천에서 열렸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롯데는 구단 가치를 본업에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발언으로 더욱 화제가 모아졌다. 롯데 측과 미리 양해된 ‘손님끌기용’ 발언이란 해석도 나오는 등 여간 재밌지 않다. 마흔 살 동갑인 이대호(롯데)와 추신수(SSG)의 라이벌 맞대결도 흥밋거리다.

이날 경기는 SSG의 승리(5 대 3)로 돌아갔다. 그러나 앞으로 양팀은 15번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관중은 물론 소비자도 1등의 독주보다 라이벌과 엎치락뒤치락할 때 더 열광한다는 점에서 두 구단의 경쟁, 두 기업의 유통대전은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롯데가 다음에 어떤 뼈 있는 말로 반격할지 궁금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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