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에 全금융사 끌어들이더니…정부 "보증 70%만 서겠다"

입력 2021-04-04 17:31   수정 2021-04-12 18:38


정부가 저소득·중저신용 계층을 위한 서민금융 행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은행 등 전 금융권이 서민금융 재원 마련에 일정 비율을 갹출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은행·신용카드사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민금융 상품을 잇따라 준비 중이다. 금융계에서는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세금)으로 해야 할 약자 보호를 민간의 ‘팔 비틀기’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생색 내기용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식 금융정책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앞두고 서민금융 잰걸음
정부는 2019년 9월 출시한 햇살론17 등 햇살론 상품 3종을 서민금융 정책의 핵심 상품으로 운영해왔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햇살론은 100% 정부 보증으로 취급하되 은행 창구를 통해서도 판매해 왔다.

올해부터 서민금융 바람은 더욱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1월 여당에서 “은행이 번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이른바 ‘이익 공유제’가 제기됐다. 이어 서민금융 상품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전 금융권이 부담하도록 하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기존 상호금융, 저축은행 외에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신용카드사) 등 전 업권은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 금융 재원으로 부담해야 한다. 금융계는 사실상의 이익공유제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은행과 신용카드사에 각각 ‘햇살론 뱅크’와 ‘햇살론 카드’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민금융 상품을 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햇살론뱅크는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한 사람이 신용도 상승을 통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 성격의 상품”이라고 밝혔다. 햇살론 카드는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월 200만원의 결제한도를 제공하는 카드다. 오는 7월에는 대부 업체의 법정 최고 금리도 연 24%에서 20%로 인하된다. 단 정부는 대부업계의 연착륙을 위해 대부 중개 수수료 상한을 낮추고, 우수 대부 업체에는 규제도 완화해주기로 했다.
“출연금은 받지만 보증은 못 서”
금융권에서는 민간 ‘팔 비틀기’식 서민금융 정책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 금융권은 향후 5년간(일몰 기간) 서민금융 상품에 재원을 출연해야 한다. 우선 5년의 일몰 기간을 뒀지만,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연장하지 않겠냐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책임은 최소화했다. 새로 출시하기로 한 햇살론뱅크는 은행권이 출연금을 대지만 보증은 100% 해주지 못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햇살론뱅크에 대해 최대 70~80%까지만 보증을 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손실이 날 게 뻔한데도 은행이 알아서 직접 메우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중저신용 대상 상품은 연체율이 높다. 지난해 8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햇살론17의 연체율을 조사한 결과 은행별로 4.5~11.8%에 달했다.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0.2~0.3%)보다 수십 배는 높다.

정부의 서민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조직에도 힘이 계속 실리고 있다는 게 금융권 얘기다. 서금원은 미소금융,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등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업무를 통합해 2016년 출범한 공공기관이다. 서금원이 취급한 정책서민대출 규모는 2017년 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9000억원으로 4년 새 2조원가량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이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알아서 운용해야 할 제도를 민간에 지나치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며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인 금융정책이 더 급격히 쏟아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100% 보증으로 운용하는 서민금융상품은 소수이고 대부분 90% 이하 비율로 운용해왔다”며 “햇살론뱅크는 성실하게 납세한 차주들을 대상으로 운용할 것이므로 은행이 부당하게 손실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소람/임현우/임도원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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