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은 디자인을 누릴 권리가 있다

입력 2021-04-05 17:14   수정 2021-04-06 00:09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이 안 되는 기간에 근대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며 2020년 기준 세계 경제력 9위 국가로 올라섰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며 물질만능주의가 불러오는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디자인 역시 의·식·주 그리고 생활에서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며 개인의 만족과 탐욕을 채우는 역할에 참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디자인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 만족을 위한 미적 수단 또는 편의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런데 디자인은 본래 인간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옛 한국디자인포장개발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수출 상품의 포장 등을 위해 설립된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반세기 동안 디자인 활용을 촉진해 우리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해외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렇다면 1970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설립된 시기 유럽의 디자인은 어땠을까? 유럽에서는 이미 그 무렵 디자인에 대한 수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다. 1974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엔조 마리는 ‘디자인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누구든지 디자인된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시도했다. 1960년대 영국은 어떠한가? 나이절 화이틀리 등 영국의 디자이너들은 ‘그린디자인’ 운동 등을 통해 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디자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디자인 또한 시장 경쟁을 위한 디자인에서 그 역할을 확장해 사회와 행복을 위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부는 2014년부터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비스디자인 연구개발(R&D)을 수행했다. 2020년부터는 디자인 주도로 사회적 가치가 기업 경쟁력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상품과 서비스 모델을 디자인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과 디자이너가 함께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서비스 디자인을 정책 개발 수단으로 채택했고, 2017년에는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과 사회 서비스 모델을 디자인하기 위해 국민디자인단을 행정절차법 시행령에 명시하고 적극 운영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뉴딜 정책을 통해 디자이너 및 전문가와 해당 지역 주민이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주민참여프로젝트’ 사업을 도입했다.

우리 사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에서도 코로나 최전선에서 대면근무를 하는 사회복지사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디자인은 이들이 비대면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자가관리 앱 서비스 ‘인마인드’를 개발해 지원했다. 심리치료 앱으로서 조달청 우수연구개발 혁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금의 디자인은 인간의 존엄을 증진하고, 사회에서 개인의 존재 가치를 창출하며, 생활 속에서 인간으로서 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찾는 분야로 귀결돼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한 디자인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 사회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디자인을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은 생활 전반에서 디자인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국가 운영체계 전반에서 국민을 위한 디자인 활용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과 제도가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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