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화점 틀' 깨는 신세계…공유주방 뛰어든다

입력 2021-04-05 17:30   수정 2021-04-06 00:42

신세계백화점이 상반기 중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든다. 신세계 브랜드를 걸고 백화점 식당가의 가게와 지역 맛집 등을 유치해 고급스러운 배달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유주방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S벤처스’에서 추진한 신사업이다. S벤처스는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2019년 말 취임 후 첫 번째로 시도한 프로젝트다. 차 대표는 “유통의 ‘신세계’를 열어보자”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온·오프라인 매장에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고 팔던 전통적인 백화점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5월 배달형 공유주방 오픈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이르면 다음달 배달음식을 만드는 공유주방 시범 매장을 서울에 열 계획이다. 시범 사업인 만큼 배민, 쿠팡이츠 등 기존 배달앱에 입점한다. 향후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에 입점하거나 자체 앱을 출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부지를 찾는 중이다. 유력한 지역은 서울 강남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음식배달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만드는 음식의 위생과 질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도 늘었다”며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낚시 플랫폼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낚시 어선을 실시간으로 예약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일기 예보와 낚시 기록 등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국내에서 700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낚시 인구가 모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공유주방과 낚시 플랫폼은 모두 신세계백화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S벤처스에서 선정된 아이디어다. 신세계백화점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7월 S벤처스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사내 공모로 신사업 기획서를 받았다. 지원한 24개 팀 중 선정된 두 팀에 각각 ‘프로젝트 K(공유주방)’, ‘프로젝트 F(낚시 플랫폼)’라는 이름을 붙여 지난해 말 사업을 추진했다.
“유통의 ‘신세계’ 열자”
S벤처스의 아이디어를 낸 차 대표는 ‘신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신세계 대표를 맡기 전 이끌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도 스튜디오 톰보이와 자주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등 신사업을 주축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는 급변하는 유통시장에서 신세계가 성장하려면 더 이상 백화점이라는 업태에 갇히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이유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점점 다양해지고,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이 컸던 상황”이라며 “(차 대표가) 새로운 의견을 과감하게 낼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1월 사내 인트라넷에 마련한 ‘아이디어 게시판’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패션 등 바이어가 해외 출장에서 본 사례부터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까지 자유롭게 공유한다. 임직원 전용 SNS 채널 ‘블라섬 시드’도 개설했다. 이곳에선 국내외 박람회 소식, 유통 선진국의 현장 등 트렌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나눈다.

한 신세계백화점 직원은 “아이디어 게시판과 SNS 채널이 전사적인 브레인스토밍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유주방

한 공간을 나눠 주방 여러 개를 설치한 뒤 이용료를 받고 빌려주는 서비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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