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도 간섭하냐"…공정위 탁상행정에 MZ세대 직원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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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06 17:35   수정 2021-04-14 18:38

"밥 한끼도 간섭하냐"…공정위 탁상행정에 MZ세대 직원들 '부글부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급식시장 개방 조치가 논란을 낳고 있다. 상생을 명분 삼지만 해당 급식업체, 중소업체, 양질의 식사를 원하는 회사원 등 이해관계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업 급식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을 쟁점별로 짚어봤다.

대기업 급식시장 개방이 결정된 후 주요 회사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구내식당을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으로 만들 셈이냐”는 지적부터 “공정위가 식단까지 책임지느냐” 등 다양한 반발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내세운 명분인 ‘상생’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급식을 감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단 얘기다.
“급식은 사내 복지인데…”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이 ‘직원들 밥은 회사가 줘야지 왜 도시락 싸게 만드냐’고 한 게 기업 단체급식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직원 복지 문제인 급식을 내부 거래로 보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공정위의 압박 때문에 구내식당 운영권을 외부업체에 개방하게 된 기업 관계자는 6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급식 전문 계열사를 통해 고품질 식단을 제공하고 있는데 갑자기 중소기업에 임직원 식단을 맡겨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복지와 처우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대기업 직원들의 반응은 훨씬 직설적이다. 대기업 익명 게시판엔 “구내식당을 함바집으로 만들려는 것이냐” “외부 업체는 처음엔 식단을 잘 짜 내놓다가 6개월쯤 지나면 다시 돌아간다” “식단 질이 떨어지면 공정위가 책임질 건가”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중소기업 감당 어려울 것”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양질의 식단을 대체할 중소업체가 있느냐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급식업체 수준의 대규모 급식을 제공할 만한 여력이 되는 중견·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급식업계에서는 1000식이 중소와 대형 업체의 기준이다. 1000명분 이상이 되면 재료 조달과 조리까지 중소업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SK 이천 반도체 캠퍼스는 1만 식이 넘는다”며 “1만 식의 급식을 공급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기대와 달리 외국계 기업이 급식 사업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3년 정부 청사 구내식당 업체 선정 시 대기업을 제외하자 미국계 급식업체 아라마크가 이 사업을 따냈다.

전날 정부가 불러모은 대기업 계열사에 급식을 공급하는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사는 대규모 식자재 공급망과 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관리해왔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2%에 머무르고 있다. 급식을 ‘수익 사업’이라기보다 직원들을 위한 ‘복지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어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급식 입찰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단가보다 메뉴의 다양성과 영양사의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구내식당이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대기업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직원 관리가 느슨한 중소기업이 구내식당 운영을 맡게 되면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전국 반도체사업장의 20여 개 구내식당에서 ‘관리 소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선 구내식당 협력업체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해당 협력사 직원이 일하던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친족 일감 몰아주기’란 공정위의 주장에 업계는 실상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은 아워홈을 제외하고 모두 정상적인 지분 투자관계의 그룹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이병태 KAIST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는 규제보다 소비자 후생과 권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관인데 어느새 대기업 규제 기관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전설리/황정수/박종관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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