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케이블 시장 꽉 잡은 'LS전선'…전기차 부품강자 도전

입력 2021-04-07 15:23   수정 2021-04-07 15:25


바닷속에 설치해 전력, 데이터 등을 전달하는 해저 케이블은 보기보다 까다로운 제품이다. 케이블이 부식되거나 해류에 떠밀려 끊길 수 있는 만큼 내구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케이블의 길이도 중요하다. 이어 붙인 곳이 적어야 해수 등의 침투를 막을 수 있어서다.

처음부터 수백㎞ 길이의 전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불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짧은 전선을 이어가며 작업하면 불량이 발생한 부분만 갈아 끼우면 되지만 처음부터 길게 만들면 애써 만든 전선을 전부 폐기할 수밖에 없다. 해저 케이블 시장에 도전하려면 불량 없이 긴 전선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짧은 해저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세계 수십곳이 있다. 그러나 해상풍력 단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장거리 해저 케이블 제조업체는 국내에서 LS전선이 유일하다. 대규모 투자와 핵심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저 케이블 시장 빅뱅
세계 5대 케이블업체 중 하나인 LS전선도 사업 초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9년 해저 케이블 사업 진출 후 처음으로 수주한 제주 2차 전력 연계 사업에서는 2000억원 이상 손실을 보는 등 수업료를 톡톡히 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였다”며 “기술력에서는 이미 7~8년 전에 세계 톱 클래스 업체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해저 케이블의 수요는 매년 늘고 있다. 해상 풍력 등 친환경 발전 시설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LS전선도 지난해 바레인과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 5000억원어치가 넘는 수주를 따냈다. 작년 11월 세계 1위 해상풍력개발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5년간 해저 케이블 우선공급권 계약을 맺은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오스테드가 국내외에 건설하는 해상풍력단지의 해저 케이블은 LS전선이 우선적으로 공급한다는 의미다. 대만 정부가 2025년까지 진행하는 1차 해상풍력 사업의 초고압 해저 케이블 공급권도 LS전선이 가져왔다.

태양광 발전도 LS전선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인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를 비롯해 전북 군산 유수지 등 30여 곳의 태양광 발전소에 케이블을 공급했다. 해저 케이블 기술을 응용해 수상 태양광 발전용 초고압 수중 케이블도 개발했다. LS전선 자회사인 LS비나도 베트남 중부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 10여 곳에 케이블을 공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며 “베트남 1위 전선업체인 LS비나가 노릴 수 있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전기차
LS전선은 새로운 성장동력은 전기차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에 들어가는 구동 모터용 권선을 단독으로 공급하는 등 전기차 관련 사업에서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서만 6년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EV에도 LS전선의 권선이 들어간다.

권선은 구리 와이어에 절연물질을 코팅한 부품이다. 구동 모터에 코일처럼 감아서 사용한다. 전기를 기계 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LS전선이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하는 제품은 800V 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400V 제품보다 효율을 두 배 높였다.

LS전선의 또 다른 야심작은 알루미늄 전선이다. 이 회사는 최근 구리 대신 알루미늄을 집어넣어 만든 전기차용 전선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선의 도체를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꾸면 차량 무게를 10㎏가량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업체의 알루미늄 전선 채용 비율은 5% 선이지만 2025년까지 30%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은 이 밖에 하네스와 배터리팩, 에너지저장장치 울트라커패시터(UC) 등 다양한 전기차용 부품을 생산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공장 증설
LS전선은 세계 각지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통신장비, 전기차 부품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 영향이다. 코로나19를 기회로 삼기 위해 선제적으로 시설투자를 늘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통신장비 생산거점은 인도다. LS전선은 지난해 10월 인도 생산법인(LSCI)의 두 번째 통신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 이동통신 기지국과 안테나 등을 시스템과 연결하는 케이블 부품인 통신 하네스(케이블+커넥터)를 생산한다. 2공장 준공으로 통신 부품 생산능력이 두 배로 늘었다. 인도 통신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다.

전장사업 거점인 폴란드 지에르조니우프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두 번째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부품을 수주한 것을 계기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게 됐다. LS전선 폴란드 공장이 확보한 수주잔액은 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기존 캐시카우인 해저 케이블 분야에서도 생산라인 증설이 한창이다. 지난해 4월 강원 동해시에 해저 케이블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 게 대표적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조성하는 해상풍력단지에 투입될 케이블 수요를 겨냥해 생산능력을 선제 확대했다. 지난 1월엔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전력 케이블 공장을 완공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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