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경고도 묵살…금융 CEO 중징계 때리는 금감원

입력 2021-04-07 17:19   수정 2021-04-08 08:17


금융감독원은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줄줄이 징계해왔다.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발생에 일조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런 행태와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금융사 제재는 법에 근거해야”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감사원은 금감원이 내부통제 기준 위반과 관련해 금융회사를 제재하는 것을 ‘징계권 남용’으로 보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법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정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제재 사유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임직원이 법을 위반한 경우 내부통제기준에 근거해 제재해서는 안 된다”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어 “금융사의 범죄를 행정적으로 처벌하려면 금융관련법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제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감사원의 판단은 금감원이 CEO들을 징계하면서 내세운 근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내부 통제 기준)를 근거로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이 CEO에게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배구조법 제24조는 ‘금융회사가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금융사를 줄줄이 징계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에 대해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라임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의 양홍석 사장에 대해서도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현직 금융투자협회장인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에게는 더 높은 단계인 직무정지가 내려졌다. 이 밖에 10여 명의 경영진이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의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이뤄지는데, 문책 경고부터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에서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금융사 임원은 연임 또는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CEO로서는 평생의 커리어가 한 번에 끝나는 무거운 징계다.
“사모펀드 사태 책임 금융사에만 전가”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CEO에게 전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해왔다. 지배구조법 제24조에는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주의·감독 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은 감사원이 요구한 구체적인 제재 근거도 없이 법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판매사의 잘못은 엄격하게 다뤄야 하지만 (제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금감원이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을 금융권에 전가하기 위해 CEO들에게 ‘재갈’을 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재 수위를 높여 사모펀드 사태의 잘못이 전적으로 금융권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통제기준에 근거하면 윤석헌 금감원장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감사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올초부터 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결과를 발표한다. 감사원은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를 금감원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 CEO들을 처벌한 논리대로라면 윤 원장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내부통제기준 해석 및 금감원의 CEO 처벌 기준과 관련해 금감원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제재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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