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민간 구내식당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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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07 17:46   수정 2021-04-08 00:29

[천자 칼럼] 민간 구내식당을 왜?

GS칼텍스 전신인 호남정유는 1969년 전남 여수에 공장을 지을 때부터 구내식당을 운영했다. 서울 본사는 1980년에야 구내식당을 마련했다. 충무로 극동빌딩 지하의 180석 식당에서 450여 명이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된장국, 뚝배기, 야채전골 등이었다. 복날에는 반계탕이 나왔다. 경쟁사 직원이 사보에 후기를 쓸 정도로 맛이 좋았다고 한다.

1990년대 구내식당 메뉴를 보니 열무비빔밥과 무다시마국·호박나물·김치 메뉴가 1600원, 오징어볶음에 무다시마국·쑥갓겉절이·김치가 1000원이다. 양식은 햄야채 필라프와 미역국·계란프라이·귤이 1800원, 피자가 1300원이다.

요즘은 분위기가 날로 바뀌어 ‘혼밥용’ 1인 좌석이 늘고, 고급 테이크아웃 샐러드와 도시락도 등장했다. 한강이 보이는 신한금융투자 여의도본사 직원식당에는 창가에 1인석이 10여 개 있다. 2~6인용 테이블에 한·중·일·양식 등 메뉴도 다양하다.

직원 1000~1만 명 규모의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사다. 이들은 ‘수익사업’보다 ‘사원복지’ 차원에서 경쟁을 벌인다. 기업들도 양질의 식사야말로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최고 복지라고 생각해 구내식당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요 사업장 20여 곳에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여기에 지급하는 돈은 1년에 약 4400억원. 운영을 책임진 삼성웰스토리는 연 수익을 3% 정도만 남기고 좋은 식단을 제공하는 데 매진한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에 따라 이들 급식업체는 더 이상 계열사에 밥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수천 명의 식사를 동시에 소화할 중소 급식업체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결국 외국계 업체만 덕을 보게 생겼다. 2013년 정부청사 구내식당 업체 선정 때도 그랬다. 국내 급식업체와 중소업체, 회사원 등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민간 기업의 구내식당까지 정부가 간섭해도 된다고 여기는 발상이다. 기업 구내식당은 밥 먹는 장소뿐만 아니라 휴게실과 회의실, 접견실로 쓸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이자 직원들의 내밀한 사랑방이기도 하다. 뭐가 뭔지 모르는 무지(無知)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치(無恥)는 똑같이 위험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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