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헛발질·무너진 공정에 분노한 민심…'샤이진보'는 없었다

입력 2021-04-07 22:55   수정 2021-04-15 18:43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에 대한 민심의 경고장으로 분석된다. 공정 문제에 예민한 2030세대도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20대 총선 이후 4연승을 내달린 민주당은 대선을 1년 앞두고 서울과 부산을 야당에 빼앗기는 뼈아픈 패배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야당은 정권교체를 향한 한 줄기 빛을 보게 됐다.
부동산 불공정에 민심 폭발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싸늘했던 민심은 선거 한 달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파문으로 폭발했다.

여기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 통과 전 임대료를 대폭 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심 이반이 가속화했다.

민주당은 오세훈·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마지막까지 숨은 진보층인 ‘샤이 진보’의 투표 참여를 기대했지만, 선거 초반부터 일찌감치 격차가 벌어지며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40대조차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신(新)기득권 집단이 된 여권에 돌아선 2030의 심판은 매서웠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와 30대는 국민의힘에 몰표를 주다시피 했다. 특히 20대 이하 남성의 72%는 오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남성(70.2%)보다 높은 수치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주거 사다리’가 사라진 2030의 좌절감은 컸다. 선거 직전 여당은 민주화운동 유공자 자녀에게 교육·취업 등 특혜를 주는 내용의 ‘운동권 특혜법’까지 내놓으며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의 성난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애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졌다. 민주당은 소속 인사의 중대 범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명시한 당헌·당규를 고치면서까지 후보를 냈다. 출구조사 결과 40대 이상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오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압승에는 ‘안철수 효과’가 나타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여당도, 야당도 싫은’ 중도층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이른바 ‘태극기’로 불리는 극우 세력과 선을 그으면서 정권 심판에 공감하는 중도의 마음을 얻었다는 해석이다.

이번 승리로 무기력했던 야당에 ‘산소호흡기’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다수 국민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보수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무슨 얘기하는지 관심도 없었다”며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대선 1년 전 충격의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은 ‘분골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 주어진 ‘반격의 칼’은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인사는 “의회에 174석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민생에 집중하는 입법을 보완할 때”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승리가 자력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부동산 헛발질’에서 비롯된 어부지리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마냥 자축할 수만은 없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민의힘에 맡겨봤더니 또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며 “지금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리라고 예측하기에는 내년 대선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조미현/성상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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