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보고서·책임회피 안 보였던 네이버의 왓패드 '빅딜' [딜 막전막후]

입력 2021-04-08 09:33   수정 2021-04-10 06:19

≪이 기사는 04월07일(05: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너무 훌륭한 후보들 연락이 많아서…조금 시간을 두는 건 어떨까요”. 네이버가 제시한 가격 제안을 받아든 왓패드 측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실무진들은 눈 앞이 깜깜해졌다. 3주간 밤을 새가며 사업부 실사를 마치고 세부 협상만 앞뒀던 네이버에겐 허탈한 소식이었다.

즉각 IB업계에선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바이트댄스·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 공룡들이 왓패드의 새로운 인수 후보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속속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 중 ‘틱톡(TikTok)’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와 미국계 음원업체 스포티파이(Spotify)가 유력한 경쟁 후보로 합류했다. 바이트댄스가 중국 자본이란 한계 탓에 유력 인수 후보에서 밀려났지만,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네이버보다 시가총액규모가 더 큰 스포티파이는 인수전 막바지까지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였다.



네이버 내부에선 인수 포기까지 테이블에 올려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인수 초기 예상했던 가격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 사업을 총괄할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인수 이후 가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지금 가격에 인수해도 충분하다는 결론이었다. 네이버는 자사주를 활용하는 묘수도 냈다.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즉각 6532억원을 받거나, 7081억원 규모 자사주를 교부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했다. 즉각적인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면서 성장성을 공유해 기존 경영진을 설득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결국 네이버가 새해 첫 대형 경영권 거래에서 축포를 쐈다. 스포티파이와 가격 격차는 불과 200억원 내외에 불과했다는 후문이다.

네이버가 왓패드 인수 협상에 돌입한건 지난해 8월 경이었다. 왓패드 내 일부 주주들이 투자 회수를 희망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협상에 나서던 중, 전체 지분 인수로 협상 범위가 넓어졌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왓패드가 보유한 9천만명의 사용자 기반과 10억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단번에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네이버 입장에선 최적의 매물이었다. 웹소설을 네이버가 꾸려온 웹툰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점에서 시너지도 분명했다.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사업부 내 엔지니어, M&A 전담 인력 등 1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전에 돌입했다. 해당 시기 네이버 M&A 총괄로 영입된 김남선 이사도 첫 ‘데뷔전’이었다. 김 이사는 네이버 합류 이전 맥쿼리 PE에서 ADT캡스?LG CNS 지분 인수 등을 지휘하며 M&A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코로나집단감염증 여파로 모든 거래절차와 경영진 미팅 등도 ‘줌(Zoom)’을 통해 원격으로 진행됐다.

M&A 업계에선 네이버가 단행한 첫 대형 경영권 인수 거래이자 글로벌 기업 인수인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네이버 중소형 벤처 투자, 지분 투자 등엔 활발히 나섰지만 M&A에선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1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데뷔전에서 유수의 글로벌 IB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거래 발굴에서 기업가치 책정, 협상 마무리까지 속전속결로 마무리지으며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네이버 특유의 기업문화가 플랫폼 M&A에서 타 기업을 압도하는 강점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M&A는 '사내 재무·전략 인력 들이 담당하는 업무'라는 기존 기업들의 관행과 달리, 네이버에선 인수 이후 사업을 책임져야할 사업부 내 경영진들이 직접 거래에 관여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했다. 매각 측에 왓패드의 주력 사업인 웹소설 분야와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이 어떤 시너지를 보일 지 '스토리'를 제시해 설득에 나선 것도 김준구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몫이었다. 음원 사업자인 스포티파이 대비 시너지가 분명한 탓에 왓패드 창업자들도 네이버 합류를 더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네이버보다 더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대기업들의 M&A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던 IB들이 만든 수백~수천장의 보고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연속된 보고가 없는 점이 네이버가 M&A시장에서 앞으로 보일 '파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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