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 당선 첫날, 강남 재건축 현장에서는 '몸싸움'

입력 2021-04-09 13:15   수정 2021-04-09 17:51

"이 노인네가 이렇게 간절히 빕니다. 제발 제대로 좀 하게 도와주세요", "우리도 엄연히 조합원입니다. 이렇게 깜깜이로 모든 결정을 하다니요", "삼성물산이 한 약속을 뭐하나 제대로 지킨게 있나요?".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들)

올해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 3차·경남재건축)’가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일 조합 대의원회의가 열리는 엘루체컨벤션에는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에 날선 대립이 계속됐다. 마침 이날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근무날이었다. 서울 내에 재건축 단지들마다 빠른 사업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있는 상태지만, 재건축의 막바지 단계인 원베일리에서는 조합원간 갈등을 표출됐다.

이날 대의원회는 긴급으로 열린 것으로 안건을 상정할지를 묻는 찬반에 △사업시행(변경)계획 수립의 건 △2020년 결산보고 및 2021년 운영비 예산 승인의 건 △변호사 선임과 관련된 내용 △기반시설 입찰방법 결정의 건 등 7개의 안건이 올랐다. 정작 대의원회 투표용지에는 안정 상정 여부를 묻는 항목이 빠진채 7개의 안건의 찬반을 묻는 용지가 배포됐다. 투표용지가 사전서면결의서와 달랐다.

107명의 대의원회들은 1호 안건인 사업시행(변경)계획 수립의 건에 대해 대부분 반대로 의견을 모았다. 찬성 1명, 기권 1명으로 소수집계됐다. 설계변경과 공사중단으로 인한 100억원 상당의 비용증가(공사비·금융비)와 입주지연 등의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안건의결로 공사는 중단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예정대로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은 이르면 이달 혹은 내달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설계변경·공기연장과 사업비 증가 여부가 분리돼 상정해야 한다"며 "설계변경과 관련해 창호선정을 위한 투표가 부정의혹이 있고 서초구청의 행정지도에 의해 의사결정이 보류됐는데도 이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정의혹은 지난 2월21일 열렸던 조합원 임시총회에서의 일이다. 당시에도 현장투표용지는 사전에 배포된 서면결의서 용지와 달랐다.

문제는 사전에 작성한 적 없는 조합원의 서면결의서가 이미 제출된 것으로 처리됐다는 점이다. 기자가 이날 만난 조합원도 부정토표의 당사자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합원 A씨는 "조합원 명부를 확인하고 입장하려는데 '이미 결의서를 냈다'며 입구에서 못 들어가게 막았다"면서 "이후 현장을 경호하는 책임자급과 얘기를 나누더니 입장을 시켜주더라"라고 전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필체와 전혀 다른 사전결의서가 제출된 원본을 직접 보고, 집행부와는 다른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인데, 투표조작이 왠말이냐"며 "이와관련 방배경찰서에 고소를 해놓은 상태이고 조만간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6건의 안건은 7대 3 내지 9대 1까지의 비율로 찬반이 맞섰다. 조합집행부와 의견을 같이하는 다수의 대의원들은 대부분 '찬성'에 표를 던졌다. 반대 입장인 대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입장을 시도하면서 입구는 한 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반대표가 가장 많았던 안건은 '조합 업무방해 등에 대한 형사 고소사건 변호사 위임계약 체결의 건'이다. 조합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보이는 건건마다 법률사무소 한 곳에서 사건을 수임한다는 내용이다. 한 건당 500만원이라는 금액까지 명시됐다. 해당 법률사무소는 다른 안건에서도 발생사건을 모두 수임하도록 돼있다. 조합은 제안사유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의 카페, SNS, 단톡방, 문자전송 등으로 허위사실 및 거짓선동, 조합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작성 및 동영상 유포 등으로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해당인들을 철저하게 조사한 후, 각 건건마다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변호사와의 사건위임 계약을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반대 입장의 조합원들은 "사실상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1인당 500만원이라는 고소대리 비용을 책정했으니, 수임변호사는 사냥하듯 무차별적인 고소를 진행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B조합원은 "조합 집행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조합원은 무조건 고소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반대 의견을 말조차 꺼내지도 못하게하는 여론 탄압이나 마찬가지인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첨예한 갈등 속에 당담지역구인 서초구청에서도 감리감독을 나왔다. 도시관리국 주거개선과 재건축지원팀에서 주무관이 현장에 참석했지만, 참관 정도의 역할만 했다. 신분을 알려주는 이름표나 표시도 없어 육안으로는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몸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에도 제지가 없었다.

조합원 C씨는 "오늘만 봐도 서면결의서랑 투표용지가 다른데도 그 어떤 통제나 행정지도가 없지 않냐"며 "서초구청이 보낸 공문 내용도 지켜지지 않는데 조합 집행부들은 막무가내 결정을 밀어부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업의 지연이나 방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켜서 합리적으로 하자는 것인데, 집행부가 소통없이 끌고가면서 무차별 고소를 예고한 상황이라 불안한 마음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통해 분양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원베일리는 지하4층~지하 35층 23동, 총 2990가구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도 전용면적 49~74㎡의 224가구다. 일반분양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3.3㎡당 5668만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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