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보다 비싸질 판"…'서해 꽃게 실종 사건'에 역대 최고가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1-04-09 11:06   수정 2021-04-09 11:22

오전 8시에 시작된 인천수협 꽃게 경매는 채 10분도 안 도 싱겁게 끝났다. 이맘 때면 알이 꽉 찬 봄 꽃게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선주들의 개별 수족관은 바닥을 드러낸 채 텅텅 비어 있었다. 8일 인천 위판장에 들어온 꽃게는 고작 1.2t. 평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인천 수협 관계자는 “조업(이달 2일부터 시작) 초기이긴 하지만 최악의 흉어(凶漁)였던 작년보다도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봄 꽃게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00g당 5000원에 육박한다. 조업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워낙 구하기 힘들다보니, 이마트 본사가 있는 성수점조차 하루에 5㎏ 정도 밖에 취급하지 못할 정도다. 중간 크기(250g) 기준으로 20마리다. 해양수산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올해 꽃게 어획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예상한 것과는 딴 판이다.
빗나간 해수부의 AI 꽃게 예측
해수부 소속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24일 ‘인천해역, 올해 봄어기 꽃게 생산량 평년 수준 예상’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 처음으로 AI 기반 수산자원 예측 모델을 활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올해 인천해역의 봄어기 꽃게 생산량은 지난해 727t 보다 증가한 1100~1300t으로 예상됐다. 인천해역에서 나오는 꽃게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0% 수준이다.



현 조업 상황은 해수부의 전망과는 정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인천수협 경매 물량은 7일 4.7t, 8일 1.2t 등 조업 시작 이래 매일 5t 이하를 기록 중이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하루 10t 정도씩 잡혀야 평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워낙 잡히는 게 없다보니 선장들이 기름값이라도 아끼려고 조업 시간을 3~4시간씩 단축해 새벽 4시면 들어온다”고 말했다.

조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어민들의 걱정이다. 꽃게 전문 도매업체인 신성마린 관계자는 “풍어로 시작했다가 태풍 등 기상 변수로 덜 잡히는 일은 있어도 4월에 안 나오던 꽃게가 5, 6월에 갑자기 많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철수 인천수협 경제부문 대표(상무)는 “어민들은 벚꽃이 필 때(4월) 나와 아카시아꽃이 필 때(6월) 사라진다고 해서 꽃게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있다”며 “올해는 바닷물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꽃게 생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벚꽃과 아카시아꽃이 한꺼번에 필 정도로 올 봄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게보다 비싼 금(金)꽃게
공급량 부족은 꽃게값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9일 이마트 꽃게 판매가는 100g당 4980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4.1%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5000원 중후반대에 팔아야 정상”이라며 “제철 해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방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가격 방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만 해도 100g당 3180원이었던 봄 꽃게 가격은 2018년 4000원대에 진입한 이후 매년 오름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워낙 공급 물량이 적어 다음주 꽃게 가격은 100g당 5000원대 중후반으로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대게보다 꽃게가 비싸지는 상황이 처음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게 어획량이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데엔 중국 어선들의 남획, 이상 기온, 폐그물로 인한 환경 오염 등 여러가지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업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수산 자원 관리 실패를 핵심으로 지목한다. 김철수 대표는 “꽃게가 한반도 해역 전체에서 연간 얼마나 잡히는 지에 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며 “인천해역에서 잡히는 꽃게만 수협을 통한 거래를 의무화하고 있어서 진도 등 서해 이남에서 잡히는 꽃게가 어느 정도 되는 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입력값이 정확하지 않으니 아무리 AI 등 최신 기법을 동원하더라도 예측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노르웨이 등 어업 선진국들은 대형 기업들이 연간 어획량을 정확하게 집계하고, 이를 토대로 어장을 관리한다”며 “우리나라는 워낙 어종이 다양하고, 영세 어민들 위주여서 수산 데이터를 모으는데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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