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북 큐레이션] 얽히고설킨 '시간의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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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08 17:42   수정 2021-04-09 02:47

[김동욱의 북 큐레이션] 얽히고설킨 '시간의 타래'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구(考究)하는 데 있어 ‘시간’은 결코 떼놓을 수 없는 절대적 존재다. 위대하냐 평범하냐에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그가 살았던 시공(時空)과 복잡한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 또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크고 작은 영향을 후대에 미친다. 누구도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의 특징을 떠올리게 하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시간의 압력》(글항아리)은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샤리쥔(夏立君)이 굴원과 조조, 이백, 사마천 등 문재(文才)까지 갖춘 전통시대 중국 유명 인물 9명의 삶을 정리한 책이다. ‘불멸의 인물 탐구’라는 부제처럼 이들의 삶과 업적을 시간을 매개로 조명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눈 깜짝 안 했지만 “마치 아침이슬처럼, 가버린 날 너무 많아 괴롭다(譬如朝露 去日苦多·비여조로 거일고다)”며 짧은 인생을 안타깝게 노래했던 조조, ‘홀(忽)’이나 ‘홀연’ 같은 단어를 즐겨 쓰며 몽환처럼 ‘홀연하게’ 인간 세계에 강림했던 이백 같은 인물의 삶을 되짚어 보는 데 시간이라는 척도가 사용된다. 10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비참한 최후마저 닮은꼴이었던 ‘독재의 수족’ 상앙과 이사까지 곳곳에서 ‘시간의 압력’을 떠올릴 수 있다.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잉그리트 폰 욀하펜·팀 테이트 지음, 휴머니스트)는 나치 독일이 순수 아리안 혈통을 지키고, 우수 인종을 길러낸다는 명목으로 추진했던 인종 실험 ‘레벤스보른(생명의 샘)’ 프로젝트의 희생자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70년도 더 지난 과거, 기괴하고 참혹한 역사와 대면하는 편치 않은 시간 여행이지만 한 번 펼친 책장은 덮기가 쉽지 않다.

나치의 동유럽 점령지에서 인종 검사관들이 코의 형태와 길이, 입술과 치아, 엉덩이와 생식기를 살핀 끝에 ‘소중한 유전자’로 분류돼 독일로 납치됐던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근원을 함구한 양부모 탓에 ‘시간의 고아’로 내팽개쳐진다. 패전 후 폐허와 수치, 굶주림의 나라가 돼 ‘슈툰데 눌(0시)’로 불린 독일 사회의 혼란상, 인종주의 정책에 대한 역사적 설명과 저자의 기구한 인생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며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했다》(연금술사)는 테드엑스(TEDx)의 스타 강연가인 제이크 듀시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인생 조언’이다.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허비한다”는 질타처럼 시간과 얽힌 현실 인식과 처방이 가득하다.

저자는 꿈이 없는 안일한 삶을 “알람을 끄고 15분만 더 자자. 그런 다음에 일을 시작해도 아무 문제 없어”라는 흔한 잠꼬대로 표현한다. 결단의 순간인지는 “지금, 이 상황이 50년 뒤의 내 인생을 결정지을까”라는 자문으로 가늠해보라고 권한다. 성공 습관을 갖추기 위해 10분 남짓 사이에 완수할 수 있는 일들을 마련해 즉시 행동에 옮겨보라는 식의 다소 뻔해 보이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엄청난 시간을 허비하는 가운데서도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열쇠는 자신의 손에 있다”는 핵심 메시지만큼은 시공의 한계를 넘어 공명을 일으킬 듯하다.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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