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뼛속까지 헌법주의자'의 憲法 이야기

입력 2021-04-08 17:44   수정 2021-04-09 02:40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는 진보와 보수의 미움을 번갈아 가며 받는 인물이다. 1990년대 중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할 때는 진보 성향으로,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세종 천도’를 헌법소원으로 좌초시킨 뒤에는 보수로 분류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내면서도 정부 비판 발언이 잦다는 이유로 청와대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았다. 그는 “진영 논리를 떠나 모든 사안을 헌법에 따라 판단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별명도 ‘뼛속까지 헌법주의자’다.

그가 쓴 책 《헌법은 상식이다》는 헌법을 알기 쉽게 풀어놓은 교양서다. 2017년 출간한 《헌법은 살아있다》의 개정판인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헌법재판소 최신 판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추가하면서 제목도 바꿨다.

저자는 국내 첫 헌법연구관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헌법의 원리와 체계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간통죄 폐지 및 양심적 병역 거부자 관련 논란 등 각종 민감한 사안에도 헌법적 관점의 해석을 제시한다.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주요 사건의 막전막후도 자세히 설명한다.

군 가산점제에 대한 내용이 특히 재미있다. “당시 군필자에게 주던 공무원시험 가산점 5%는 여성과 미필자가 도저히 시험에 합격할 수 없을 만큼 과했다. 하지만 헌재가 전면 위헌 결정을 내려 가산점을 아예 없앨 줄은 몰랐다. 지금은 군필자에게 1% 정도의 가산점을 주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1987년부터 시행된 현행 헌법이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역설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되며 갖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1987년 이후 배출된 대통령 중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치적 격변이 벌어지는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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