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한 민심의 분노…재보선 5가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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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08 17:52   수정 2021-04-16 18:20

정권 심판한 민심의 분노…재보선 5가지 특징

(1) 이대남의 반란
"취업·결혼·집 죄다 캄캄…與 무능에 질렸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압승에는 ‘이대남(20대 남자)’의 여당에 대한 압도적 비토(반대)가 강하게 작용했다. ‘젠더 이슈’와 ‘공정 이슈’가 여당에서 등을 돌린 이유라는 게 20대 남성들의 항변이다.

지난 7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대한 연령별·성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22.2%에 불과했다. 전 연령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60세 이상의 남성(28.3%)과 여성(26.4%)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다만 이들의 반대는 ‘보수 지지’가 아닌, ‘반정부·여당’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는 게 20대 남성들의 설명이다. 선거 당일 서울 신촌에서 만난 남자 대학생 오모씨(24)는 “국민의힘이 좋은 게 아니라 20대 남성을 무시하는 민주당이 싫은 것”이라며 “말로는 페미니스트를 외치며 남성을 억압하면서도 뒤로는 성추문을 저지르는 모습에 누가 지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된 취업난과 집값 급등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공정성에 민감해진 이들 세대는 부동산 투기 등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당의 행태에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준비생 노모씨(27)는 “취업에 성공해 200만~300만원씩 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며 “전셋값 부담에 결혼은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오세훈·안철수 등 야권 주자들이 보인 ‘합리적 보수’의 모습이 반정부·여당 색채의 20대 이하 남성 표심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2) 與 콘크리트 지지층 40대도
흔들 약화된 지지기반…'LH 투기'가 결정적
박 후보 패배에는 4년 내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지세를 견고히 뒷받침했던 40대의 이탈도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세력에 대한 비호감도가 강한 이른바 ‘497세대’(40대·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라고 불리는 이들조차도 부동산 등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실책이 이어지자 상당수가 돌아섰다는 평가다.

출구조사 분석 결과 박 후보에 대한 40대 남성의 지지는 51.3%, 여성은 47.8%에 불과했다. 여전히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보였지만, 2018년 지방선거(69.7%)와 지난해 21대 총선(64.0%)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정권 초부터 꾸준히 보수 진영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를 보이고 있는 60세 이상과 비교되는 수치다. 상대방의 콘크리트 지지세는 유지된 채 민주당의 지지세에만 누수가 생기면서 뼈아픈 타격을 받았다는 의미다.

부동산 문제가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는 LH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긍정평가를 앞섰다. LH 사태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상징이다. 이후에도 정부·여당은 “LH 사태는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거나 “전 정권의 책임도 크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3) 고학력·고소득 '강남 좌파'의 퇴조
조국·김상조…진보 '내로남불'에 분노 폭발
진보 성향의 고학력·고소득자를 일컫는 이른바 ‘강남 좌파’의 소멸도 이번 재·보궐선거의 특징이다.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서초는 71.02%, 강남은 73.54%, 송파는 63.91%로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강남 3구는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강남구)을 배출할 정도로 진보 기반도 탄탄하다. 21대 총선에서는 강남을과 서초을의 경우 여야 후보 득표율 격차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사전투표는 강남 3구 모두 여당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강남 좌파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여권 인사의 위선과 내로남불이 드러났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으로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청렴의 아이콘이던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전 정책실장은 서울 청담동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임대료까지 대폭 올린 것으로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거처럼 진보는 더 이상 쿨하지도, 멋지지도 않다. 오히려 ‘샤이 진보(숨은 진보층)’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선거 결과 ‘샤이 진보’도 없다는 게 판명났다.
(4) 선거 직전 '퍼주기' 외면
재난지원금·가덕도…"세금으로 생색내냐"
‘퍼주기’도 통하지 않았다. 선거 직전 정부·여당은 무차별 현금 살포에 나섰다. 21대 총선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민주당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끝나기도 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밀어붙였다. 세금과 임차료 부담이 없는 노점상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 논란이 됐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퍼주기의 끝판왕으로 기록됐다. 민주당은 174석 의석수를 무기로 과거 동남권 신공항 평가에서 꼴찌한 부산 가덕도를 공항 입지로 못 박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국가 사업인데도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평가를 생략 가능하도록 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동네 하천을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선거에 눈이 먼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선거운동 막바지에는 박영선·김영춘 민주당 후보가 ‘재난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1인당 10만원 지급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을 위로하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는 도중 국가 부채는 20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은 선심성 정책으로 살 수 없었다.
(5) '높은 투표율 = 진보 유리' 공식 파괴
2030 알고보니 보수·진보 편향성 약해
높은 투표율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통념도 이번 선거에서 깨졌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56.8%로, 역대 재·보궐선거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높은 투표율이 곧 진보계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명제는 하나의 ‘공식’에 가까웠다. 실제로 사전투표 단계에서부터 높은 투표율이 이어지자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등 여권 인사들은 이른바 ‘샤이 진보’의 출현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높은 투표율에도 민주당이 참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승리 공식의 대전제인 ‘젊은 세대의 지지’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유권자들의 분노가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여야 득표율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긴 높은 사전투표율 역시 이번에는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여당의 텃밭이었던 지역의 투표율이 저조하면서 민주당은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민주당에 대한 반발감이 강한 서울 강남 3구의 투표율이 60%를 넘은 반면 박 후보가 그나마 선방한 금천과 관악의 투표율은 각각 52.2%와 53.9%로 서울시 평균(58.2%)에 크게 미달했다.

성상훈/전범진/조미현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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