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판매·마케팅·가격차별…스포츠에도 경제원리 작동

입력 2021-04-12 09:01  


신세계그룹이 올해부터 국내 프로야구(KBO 리그)에 뛰어들면서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마케팅 경쟁을 본격화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구와 본업을 연결하지 못한다”며 롯데를 지적하자 롯데는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고 맞불을 놓은 것이죠. 신세계 계열 이마트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신세계그룹 야구단인 SSG 랜더스의 이름을 딴 ‘랜더스데이’를 열어 상반기 최대 규모 할인행사를 벌였고, 롯데마트 역시 창립 23주년을 내세워 4월 한 달 동안 총 네 차례 할인행사를 펼치기로 했죠.

이처럼 스포츠는 기업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 광고(노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죠.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스포츠 경기 후원사가 되거나 관련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제품 판매를 늘릴 수 있어서죠.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랜더스데이 행사로 예년 할인행사에 비해 20%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투자 대비 20배 홍보효과
2018년부터 KBO 리그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연간 80억원 정도를 후원금으로 쓰지만 홍보효과는 한 해 2400억원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통 올림픽, 월드컵, F1(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대회를 3대 스포츠 이벤트(F1 대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꼽기도 함)라고 하는데 이를 후원해 독점적 마케팅 활동을 보장받는 공식 후원업체들은 투자 대비 20배 수준의 유·무형 홍보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나이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식 후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린 대표적 기업들이죠.

삼성전자는 올림픽, 현대자동차는 월드컵에 더 많은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등 기업 마케팅 전략에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집니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일본 도쿄올림픽의 80개 공식 후원사 가운데 도요타, 인텔, 알리바바, 비자카드, 에어비앤비 등과 함께 14개 최상위 후원사(월드와이드 파트너)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14개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은 올림픽 후원 다년 계약에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해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사태로 얼마나 홍보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8년까지 올림픽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을 정도로 올림픽 마케팅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공식후원사로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광고에 명칭·로고 등을 사용하며 마케팅하는 반면 스포츠 행사 분위기에 편승하는 방법으로 우회적으로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도 있습니다. 이를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이라고 하죠. 한·일월드컵 때 SK텔레콤이 ‘붉은 악마 캠페인’을 펼치거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유통업체들이 ‘겨울축제’ ‘응원’ 등의 단어를 사용한 광고·판촉행사를 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적은 비용으로도 비슷한 홍보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교묘한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입니다.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스포츠
SSG 랜더스는 ‘세상에 없던 프로야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인천 문학구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장기적으로 인천 청라지구 스타필드 부지에 돔구장을 건설해 스포츠와 문화, 유통업이 결합된 복합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처럼 스포츠구단은 그 자체가 하나의 기업입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의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웬만한 기업보다 큽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식축구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지난해 기준 55억달러(6조1600억원),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는 50억달러,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는 4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스포츠 구단들은 경기장 입장권 수입뿐 아니라 관련 굿즈를 판매하거나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유니폼에 각종 광고를 붙이는 등 다양한 매출 확대 전략을 씁니다. 특히 구단이 주로 사용하는 ‘가격 차별’ 전략은 경제학 교과서의 기업행동 분야에 자주 등장합니다. 예컨대 LG트윈스의 잠실야구장 가격은 VIP석이 1회 7만원인 반면 레드존 구역은 주중 1만2000원, 그린석(외야)은 7000원입니다. 또한 연간 12회 홈경기 입장권을 한꺼번에 구입할 경우 레드존 기준 16만원으로 정상 가격보다 17% 정도 쌉니다. 이는 야구장이 다른 놀이시설에 비해 독점력을 갖고 있고 차별화된 가격에도 티켓을 사려는 충성고객이 있기 때문이죠. 기업으로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라는 경제원리가 스포츠에도 들어 있는 셈이죠.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많은 국가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 스포츠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구단들은 아직 적자를 보고 있어 모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데, 세계적 구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③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은 이전처럼 충분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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