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면 250원이 100만원"…노년층 '쌈짓돈' 터는 가짜 암호화폐

입력 2021-04-09 17:42   수정 2021-04-16 18:42

“우리 회사가 발행하는 코인 플랫폼에 투자하면 3일마다 원금 대비 120%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한 빌딩의 강의실.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4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코인 투자회사’를 자처하는 A사의 투자설명회를 듣기 위해 모인 투자자들이다. 이 회사 임원은 “특허받은 자체 코인 뱅킹 플랫폼이 이달 중 앱으로 출시된다”며 “우리가 만든 B코인의 가격은 지난달 250원에서 지금은 300원이 됐고, 상장만 하면 100만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암약하는 사기성 다단계 코인 업체들
A사는 올 들어 암호화폐 시장이 급등하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사기성 다단계 코인회사’의 전형적 사례다. A사는 투자자가 또 다른 투자자를 데리고 오면 이른바 ‘소개 보너스’ 명목으로 투자금의 10%를 지급한다. 데려온 사람이 투자금을 입금하면 해당 금액의 1%를 소개한 사람에게 추가로 준다.

이들은 SNS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또 다른 다단계 코인 업체 B사는 ‘밴드’를 통해 “자체 개발한 코인에 투자하면 투자금을 크게 불릴 수 있다”고 했다. “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코인을 채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면 더 많은 코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들이 장년층·노년층을 상대로 사기성이 농후한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A사 임원에게 “코인이 어느 거래소에 상장되느냐”고 질문하자 “우리 회사가 개발한 코인은 다른 거래소에 상장할 수 없어 자체 설립한 거래소에서만 사고팔 수 있다”고 얼버무렸다. B사는 상담 전화 통화를 마친 뒤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빨리 100만원을 입금하라”고 끈질기게 종용했다.
○“휴짓조각 될 가능성 높아”
코인 투자 사기는 금융당국에 허가받지 않은 비인가 업체들이 “우리 코인에 투자하면 즉시 수익금을 받을 수 있고, 암호화폐공개(ICO)에 성공하면 추가 가치 급등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투자를 종용하는 유사수신 형태로 이뤄진다.

젊은 층에 비해 가상자산이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요 ‘타깃’이다. 주로 서울 테헤란로나 여의도 등지에서 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밴드 등도 활용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주로 원금보장·고수익 등의 유인책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한다.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 뒤 단기간 이자 명목으로 수익금을 되돌려주다가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면 잠적하는 수법을 쓴다. 기존 투자자가 데려온 사람이 투자하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보상한다는 점에서 다단계 판매 방식과 비슷하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는 “이들의 암호화폐는 상장 여부를 보장할 수 없어 자칫 휴짓조각이 될 수 있고, 설사 상장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가 당초 약속했던 것보다 터무니없이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열풍의 또 다른 그늘
2018년 이후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다단계 코인 사기는 올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7000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이 뜨거워진 영향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올 들어 금융 사기의 ‘주력’이 보이스피싱이나 주식투자 관련 사기에서 코인 사기로 바뀌고 있다”며 “‘고수익·원금보장’을 강조하거나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보상한다는 업체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코인 사기 피해가 늘면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도 분주해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코인거래소로 위장해 다단계 코인 판매를 한 C사 임원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빗썸 등 일반 암호화폐거래소와 비슷한 형태의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불법 다단계 사기를 벌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 발행업체 코인업이 “2~3개월만 투자하면 200% 수익을 보장한다”며 다단계식으로 수천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45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바 있다.

최다은/최예린/최한종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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