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에 굴복한 국민연금…매도행진 당분간 멈춘다

입력 2021-04-09 17:28   수정 2021-04-10 00:51

올 들어 16조원가량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해온 국민연금공단의 매도 행렬이 당분간 멈출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의 최소·최대 보유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혀야 한다는 ‘동학개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국민연금은 9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범위를 넓히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기금 리밸런싱 체계 검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이 전략적으로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범위는 종전 목표비중의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확대됐다.

작년 말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176조7000억원(전체 자산의 21.2%)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 목표비중(16.8%) 대비 4.4%포인트 높다. 현재 전략적으로 국민연금에 허용된 범위는 ±2.0%포인트이므로 18.8%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이를 한참 넘어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주식을 계속 매도해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사왔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외에도 전술적 자산배분(TAA) 목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무자들로서는 상부 보고 의무나 감사 대응 등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SAA 허용한도를 기준으로 보유 비중을 조절해 왔다.

이번에 전략적 허용 범위를 ±3.0%포인트로 넓히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한도는 13.8~19.8%로 확대된다. 올해 들어 연기금이 순매도한 15조5000억원의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현재 주식 보유액은 약 160조원 안팎(19~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운용역들이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 매도에 나설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위원회는 대신 TAA 허용범위를 ±3.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좁혀서, 자산배분 시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목표비중 대비 ±5.0%포인트로 맞췄다.

위원회는 지난달 말 열린 정례 회의에서 이 안을 한 차례 거부했다. 기금위에 상정되는 안건을 사전 검토하는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리밸런싱안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정부가 이례적으로 이달 말 예정된 정례 회의 전에 ‘원포인트’ 개정을 재차 추진하면서 결국 전문가들을 ‘굴복’시킨 형국이 됐다. 선거를 앞두고 동학개미들에게 보내는 ‘러브콜’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업계는 국내주식 비중 확대가 매수세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3100까지 달려온 상황에서는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국내주식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매도세는 잠재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준호/박의명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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