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첫 노조 설립 무산…물류창고 직원 71%가 반대표 던졌다

입력 2021-04-11 17:18   수정 2021-04-20 18:50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미국에서 두 번째로 고용 규모가 큰 아마존에서 최초의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무산됐다. 민주당 소속의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를 두둔했지만, 노조 결성 투표를 한 앨라배마주 창고 직원의 약 13%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1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소매·도매·백화점 노동조합’(RWDSU) 산하 조직을 만들지 여부를 놓고 지난 9일 투표에 부쳐 총 3215명이 참여했다. 유효표는 2536표로 집계됐다. 이 중 70.9%에 달하는 1798표가 노조 결성에 반대했다. 찬성표는 738표에 그쳤다. 투표 참여자 가운데 23.0%, 전체 직원 중 12.6%만이 노조 가입을 희망했다. 이번에 노조 결성 투표를 진행한 곳은 미 남동부에 있는 앨라배마의 아마존 배서머 물류창고다. 주로 ‘블루칼라’(현장직)로 구성된 직원 5876명이 일하는 곳이다.

미 언론은 투표 결과에 대해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베이조스가 1994년 시애틀 인근에서 창업한 뒤 26년여간 지켜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돼서다.

아마존은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후 비대면 경제 바람을 타고 미국에서만 40만여 명을 추가 고용했다. 미국 내 직원 수는 95만여 명이다. 월마트(160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고용주다. 회사 측은 배서머 물류창고에서 노조가 허용됐다면 다른 사업장으로 급속히 확산될까 우려해 왔다.

이번 노조 결성 시도가 무산된 건 노동조합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루스 밀크먼 뉴욕시립대(CUNY) 노동관계학과장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그동안 변화를 갈망했던 사람들이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시 시도하길 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반대한다는 한 직원은 기자회견에서 “노조 없이도 결함을 고쳐나갈 수 있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왜 노조에 돈을 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아마존이 고임금을 주는 좋은 일자리란 사실이 노조 측의 비판 메시지를 압도했다”고 전했다.

흑인 직원인 라보넷 스톡스 씨는 “아마존은 시간당 15달러를 주고 첫날부터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직장”이라며 “노조 추진 단체가 흑인 인권 등을 정치 이슈화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다.

다만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쪽은 “사측이 우리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며 미 노동관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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