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보다 와인숍"…홈술 열풍에 창업 급증

입력 2021-04-11 17:56   수정 2021-04-20 18:56

대형마트, 백화점 지하 와인코너와의 경쟁에서 밀려났던 와인 로드숍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바깥 활동이 줄어들자 집에서 가볍게 즐길 와인을 찾는 ‘홈술족’이 늘어나면서다. 와인 로드숍은 단순히 여러 종류의 와인을 모아서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내추럴와인 등 전문성을 무기 삼아 홈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슬세권’ 파고드는 와인 로드숍
11일 와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280여 곳이었던 전국의 와인 로드숍은 1년여 만에 360여 곳으로 급증했다. 새로 문을 여는 와인 로드숍은 대부분 아파트 상가나 주택가 등 ‘슬세권(슬리퍼+역세권)’에 터를 잡고 있다. ‘와인은 특별한 날에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집 근처에서 언제든 와인을 구매하길 희망하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와인업계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와인 로드숍이 하나씩 새로 문을 연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새로 문을 열었거나 열 예정이라며 와인 납품을 문의하는 연락이 하루에도 두세 통씩 온다”며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면서 타격이 큰 치킨집 등 요식업 대신 은퇴 후 와인 로드숍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와인 시장은 ‘홈술’ 열풍과 맞물려 역대급 성장세를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3억3002만달러로 전년(2억5926만달러) 대비 27.3% 급증했다. 연간 와인 수입액이 3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도 5만4127t에 달했다. 전년(4만3495t)과 비교해 24.4% 증가했다.

전통시장 식자재마트도 와인숍 변신
와인 로드숍은 다양화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와인을 모아서 판매하는 수준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형마트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과 성남 판교동에 있는 ‘비노스앤’은 내추럴와인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내추럴와인은 보존제 등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아 보관과 유통이 까다로워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제품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에 있는 식자재마트 ‘새마을구판장’과 ‘조양마트’는 백화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유명해졌다. 이들 매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와인을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와인 성지’로 통한다.

독특한 방식으로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바도 등장했다. 서울 자양동에 있는 ‘고래바’는 와인과 함께 ‘장소’와 ‘시간’을 판다. 고래바 이용료는 기본 한 시간에 1인당 5500원, 추가 10분당 1100원이다. 가게에서 파는 와인을 사먹어도 되고, 직접 가져온 와인도 한 병당 2500원(1인 기준)만 내면 마실 수 있다. 안주는 자유롭게 반입이 가능하다. 청담동에 있는 베라짜노는 와인 로드숍과 레스토랑이 결합했다. 1층 로드숍에서 산 와인을 2층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서 즐길 수 있다. 잔술 와인으로 유명해진 ‘오늘 와인한잔’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치즈 플래터 등 매장에서 판매하는 안주와 와인을 박스에 담아 가져다준다.

유통업체들은 편의점의 와인 판매 역량을 강화해 와인 로드숍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은 주류 MD가 아니라 와인 전문 MD가 GS25의 와인을 선정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와인을 주문한 뒤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와인25플러스’도 편의점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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