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병역 의무를 마친 아들에게

입력 2021-04-11 18:09   수정 2021-04-12 00:06

필자는 6개월이라는 짧은 복무 기간이지만 4개월의 장교 훈련과 2개월간의 전방 근무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군 생활을 했다. 그중에서 후방에서는 시민들이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을 성탄절 전야와 12월 31일 자정에 15사단 휴전선 철책 근무를 섰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젊은 사람들이 밤새 청춘을 즐기고 있을 시간에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는 혹한 속에서 북녘땅을 바라보며 철책 근무를 서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가면 적어도 이 두 날만은 155마일 철책선을 비롯해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의 노고를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면 누구나 군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두려움도 있었고 가능하면 면제를 받았으면 하는 그릇된 바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군 복무라는 것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을 늦추는 인생의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오고 보니 그렇게 크게만 느껴지던 장애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인생에서 넘어야 할 새로운 큰 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통제된 군 생활이라는 산을 한 번 넘어봤기 때문에 앞에 놓인 산을 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고, 또 험한 산을 넘어가는 노하우도 약간은 갖게 됐다. 힘들었던 군 생활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용기와 경험을 준 것이다.

아들이 소정의 복무 기간을 마치고 제대를 했다. 겁이 나기도 하고 가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 아빠처럼 입대를 졸업 이후로 미루지도 않고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해 대견스러웠다. 그것도 부모의 권유에 따라 육군보다 복무 기간이 3개월이나 긴 공군으로 입대해 군 생활을 무사히 마쳤으니 고마운 마음이다. 가끔씩 피곤하고 힘들다고 할 때마다 “가족들은 나라를 지키는 너를 믿고 단잠을 이루는데 군인이 힘들다고 하면 국민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농담 섞인 격려를 하곤 했다.

예전에는 주말 동안 서너 시간에 걸쳐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쓰다 보면 가슴도 뭉클해지고 군에 가 있는 자식을 걱정하실까봐 ‘건강하게 잘 지낸다’고 안심시켜 드렸었는데, 요즘 군인들은 감기 걸렸다거나 훈련이 힘들었다는 솔직한 얘기를 휴대폰을 통해 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전한다.

힘겹게 군 생활을 마친 기성세대는 요즘 군 생활이 너무 느슨해졌고 군인정신도 약해졌다고 말한다. 그래도 병역은 여전히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다. 그 의무를 다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정말 대견하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는 “이제 군 생활에서 습득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준비를 하자”는 충고를 꼭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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