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바뀌자마자…'압구정 현대' 호가 3억 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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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1 07:48   수정 2021-04-11 10:26

서울시장 바뀌자마자…'압구정 현대' 호가 3억 넘게 뛰었다

“지금 재건축은 매수 대기자들이 넘쳐나는 걸요.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입니다.”

1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R공인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현대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억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던 현대1·2차 아파트 전용면적 131㎡ 매도 호가가 2억~3억원 정도 올라 40억원대를 넘었다.
압구정·여의도 등 재건축 매물 품귀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대아파트와 한양 소유주들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두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일성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기대감이 커져서다. ‘현대 7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현대 1~7·10·13·14차·대림빌라트)은 지난달 조합설립총회를 열고 강남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압구정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과 5구역(한양1·2차)은 지난 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두세 달 전부터 조합원 2년 의무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 설립이 진행된 데다가 서울시장 선거 이후 민간 재건축 기대까지 더해져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했다. T공인 대표는 “최근 현대7차 전용면적 245㎡가 최고가인 80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매도인들이 최소 1억원씩은 더 받아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대장’으로 꼽히는 현대7차 아파트 245㎡는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압구정동 현대1·2차 아파트 131㎡ 역시 이날 기준 최고 호가가 40억원까지 나오면서 지난달 매매가 36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높게 형성됐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이미 두세 달 전부터 조합설립인가가 이뤄지는 등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면서 “오 시장이 당선되며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의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급매물들도 자취를 감췄다. 반면 매수 문의는 쏟아졌다.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한 대표는 “반나절 중개업소에 앉아 있으면 문의 전화가 10여통은 걸려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사정이 있어 내놓은 경우를 제외하곤 여의도 일대 재건축 매물 자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값이 계속 뛰는데 늦게 팔수록 이득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시범·공작·광장·대교·목화·미성·삼부 등 16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118㎡의 경우 호가가 최대 25억원까지 상승했다. 호가는 직전 최고 거래가인 22억원보다 3억원가량 올랐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S공인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기간동안 호가가 계속 오르더니 오 시장 당선 이후 더 뛰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일대에선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만들어진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규제 철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노원구에선 상계동과 월계동 재건축 단지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1단지가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음에도 목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는 추세다. 목동 12단지 71㎡는 1월에 13억8500만원(8층)에 거래되다가 3월에 15억4000만원(5층)까지 올랐다. 석 달 새 1억5000만원 넘게 뛰었다. 목동에 위치한 K공인 관계자는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바뀌면서 못해도 안전진단을 다시 추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공약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재건축 강세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오르며 진정세를 이어갔으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송파구(0.10%)와 노원구(0.09%), 강남·서초구(0.08%), 양천구(0.07%) 등은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층수 룰에 묶여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사업장들이 재건축 사업에 다시 뛰어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 매수세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실제 실행 과정 과정에서 진통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재건축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시의회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시의원의 다수는 여당 출신으로 구성돼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보궐선거 직후 “주택공급은 지방자치단체 단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서울시의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전진단 등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자체 소관인 1, 2차 안전진단이 통과돼도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으면 중앙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안전진단 단계에서 재건축에 제동을 걸 여지가 있는 셈이다.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주공,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서울에서 재건축이 추진 중인 대다수 단지들이 이 안전진단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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