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쌍용차의 20년 우여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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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2 09:35  

[하이빔]쌍용차의 20년 우여곡절


 -단기보다 장기적 관점의 접근 필요


 1998년 대우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체어맨이 세상에 나온 이듬해였고 쌍용차의 모든 제품에는 대우의 로고가 부착됐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쌍용차는 다시 로고를 바꾸고 채권단 관리 체제에 편입됐다. 그리고 SUV 인기에 힘입어 2003년 사상 최대 이익을 내자 당시 쌍용차 주식을 가장 많이 가졌던 조흥은행은 미국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대상으로 주식 매각을 저울질, 최종적으로 상하이자동차를 선택했다. 조흥은행 또한 상황이 어려워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던 때라 산업보다 금융 시각을 앞세워 주식 가치를 높게 인정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4년은 승승장구했다. 카이런과 액티언을 연속 출시하고 유럽에 부품센터도 만들며 수출 시장 육성도 활발했다. 유일한 대형세단 체어맨은 'H'와 'W'로 구분되며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8년 국제유가 폭등이 SUV 발목을 잡자 상황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내부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 노사는 상처 뿐인 갈등만 남겼고 상하이자동차는 주식 매각을 떠나 곧바로 법정 관리를 신청하며 재산 가치마저 포기했다.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에 대해 법원은 '존속 vs 청산'을 결정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실사를 맡겼다. 그 결과 '존속' 결론이 도출됐지만 전제는 2,700여명의 구조정이었던 만큼 노조의 강력한 반발도 동시에 일어났다. 노조는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며 공장을 점거했고 생산 중단으로 판매 위기에 처한 영업 대리점은 '구조조정 찬성'을 내세워 공장 가동을 요구했다. 더불어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사에 남게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인간적 갈등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도 마땅한 묘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유가 급등에 따른 SUV 시장 위축이 가져온 결과였던 만큼 대책이 없으면 '청산'에 무게 중심을 둘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결국 77일 간의 극렬한 갈등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되 회사 상황이 개선되면 훗날 재입사 하는 조건으로 일단락됐다. 


 법원에서 어렵게 '존속'을 처방받은 후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재무 개선을 지원했다. 그리고 2010년 새로운 인수 대상자 선정에 들어가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를 낙점했다. 이후 SUV 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소형 SUV 티볼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조금씩 경영 상황도 호전돼갔다. 그러자 2013년 454명의 무급휴직자가 복직했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00여명의 해고 및 희망퇴직자들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코로나에 따른 해외 시장 위기가 닥치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해외 시장이 위축되자 국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차가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쌍용차를 위축시켰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활발한 신차 출시는 가뜩이나 자금 사정으로 신제품 개발 기간이 늘어난 쌍용차에 치명타였다. 자금 부족에 따른 신차 개발 지연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쌍용차와 달리 현대기아차 등은 이미 쌓아둔 자금력을 기반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며 국내 점유율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인도 내에서 코로나 직격타를 맞으며 주력 소형차 판매가 급감하자 최종적으로 쌍용차 투자 포기를 결정했고 22년 만에 쌍용차 문제는 다시 법원으로 넘어오게 됐다.  


 여기서 짚어 볼 문제는 과거의 번면교사다. 이번에도 법원은 제도적 절차에 따라 다시 쌍용차의 '존속 vs 청산' 가치를 산정하게 된다. 예단할 수 없지만 국내 여러 정치 경제적 정황에 비춰 여론은 '존속'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그 전제는 또 다시 구조조정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런데 쌍용차 내부에선 '존속'이 결정돼도 이후 지속 생존의 걱정이 적지 않다. 새로 인수할 마땅한 주체가 보이지 않아서다. 물론 채권단 관리 하에 자생력을 키운 후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점차 강화되는 배출규제 대응에 필요한 친환경 개발 자금력 등을 확보하려면 채권단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과거 조흥은행 시절처럼 금융 선택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든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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