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전쟁 종료…구광모-명분, 최태원-실리 챙겼다

입력 2021-04-12 07:57   수정 2021-04-12 07:59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미국에서 700여일간 소송전을 벌여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격 합의에 도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명분을, SK이노베이션은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합의안 승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측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합의안을 승인했다. 합의안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배상금으로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애초 LG는 3조원대, SK는 1조원을 주장했으나 중간선인 2조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양사가 서로를 겨냥해 진행 중인 모든 소송도 종료하기로 했다.

지식재산권 분쟁으로는 사상 최대인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불하기로 한 것은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승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ITC가 내렸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10년 수입금지 조치는 해제됐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조원이라는 막대한 합의금에, 자사가 "옳았다"는 명분까지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에서의 사업 불투명성이 제거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폭스바겐과 포드 등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 차질을 빚을 경우 예상되는 손해배상은 물론 조지아주 공장 건설 중단에 따른 매몰 비용과 설비 이전 부담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이번 합의는 노동자들과 자동차 산업의 승리"

양측의 합의는 미국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내고 "양사의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노동자들과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고 축하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26억 달러(약 2조9146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도 차질없이 계속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은 연내에 1000명을, 2024년까지 26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전했다.

또 연간 3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며, 이들 배터리는 대부분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일자리 창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등에서 이득을 보게 됐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일자리 창출과 미국 기반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열망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합의는 미국이 강력하고 다각화된 전치가 배터리 공급망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11일 성명에서 이번 합의를 "조지아 북동부와 우리 주(州)의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산업에 대한 환상적인 뉴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화당 소속 켐프 주지사는 "잭슨 카운티와 커머스 시의 지역 지도부, 이곳과 서울에 있는 한국 정부와 우리의 놀라운 파트너들, 그리고 합의 협상 과정을 통해 두 회사를 지원해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SK와 LG가 지난주 자신과 매일 소통했다"면서 "조지아의 일자리를 위협한 난국을 해결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도 "모든 관련 당사자가 귀를 기울였고, 희망했던 결정을 얻어 기쁘다"며 이번 합의는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터리 패권 뺐기지 않겠단 위기감 작용한 듯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글로벌 배터리 패권을 해외에 뺐기지 않겠다는 위기감이 한 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태동기여서 확실한 선두업체나 기술 초격차가 없어서다. 때문에 기존 배터리 업체는 물론 자동차 업체들도 다투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CATL이 24%의 점유율로 4년째 1위를 지켰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23.5%로 바짝 추격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18.5%로 3위, BYD(중국)가 6.7%로 4위,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5.8%와 5.4%로 5위와 6위를 달렸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올해 들어 1~2월을 놓고 보면 CATL의 점유율은 31.7%로 치솟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19.2%로 떨어졌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6곳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2023년부터는 현재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를 탑재해 2030년까지 비중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협력 파트너로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의 CATL을 선택했다.

이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지금까지 폭스바겐에 공급해온 LG 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우리나라 배터리업체에는 큰 악재다. 글로벌 전기차 선두기업인 테슬라는 일찌감치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고, 도요타와 포드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배터리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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