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넘보지 말라"…바이든, 中 디지털 위안화에 '칼' 빼나

입력 2021-04-12 17:26   수정 2021-04-13 10:18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 패권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확대가 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위상을 흔들 가능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긴장하는 미국 정부
블룸버그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 노력이 탄력을 받으면서 미 재무부,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당국자들이 그 여파를 파악하려 애를 쓰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 위안화가 당장 국제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 방식과 미국의 경제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광둥성 선전을 시작으로 대도시 오프라인 상점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 발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중국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언제부터 공식 도입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전에 법정화폐로 공식 사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블룸버그는 “디지털 위안화가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더 광범위하게 배포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진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3년 안에 중국 유통화폐의 약 30~50%가 디지털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국제화’ 포석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도입으로 노리는 목표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대내적으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중국에선 모바일 결제 확대에 힘입어 이미 ‘현금 없는 사회’가 상당 부분 정착됐다. 중국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여기에 계좌이체로 돈을 넣은 뒤 각종 거래에 활용한다.

상점에선 QR코드 스캔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다. 상점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물면서 신용카드를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89조위안(약 3경2500조원)에 달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과 텐센트는 전자지갑에 소비자가 넣어둔 돈으로 대출 사업도 해왔다. 두 기업은 활용 가치가 큰 소비자의 결제 데이터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서두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되면 돈에 ‘꼬리표’가 달리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도 쉬워진다.

대외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는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핵심이다. 국가 간 거래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쓰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등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달러는 SWIFT를 통한 국제 금융 거래에서 38.3%로 비중이 가장 크다. 위안화는 2.4%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 기준으론 달러가 59%로 비중이 더 높다. 위안화는 2.3%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제한되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 거래할 때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활용한다. 디지털 위안화를 쓰면 이들 국가에서 원유를 살 때 위안화 돈가방을 갖고 몰래 만날 필요가 없어진다.

최근 중국에선 미·중 갈등이 더 심해지면 미국이 ‘금융 무기화’ 차원에서 중국 금융사의 국제 결제망 참여를 제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역시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팡싱하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위안화 국제화는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 출신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대표를 지낸 마크 소벨은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엔 중국 금융시스템이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디지털 달러화를 고려할 필요성은 커졌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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