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서 최근 열흘 새 원화를 중국 위안화로 바꿔 송금하려는 수요가 평소의 3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은행권에서는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매입한 후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한국에서 되팔아 차익을 얻는 중국인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차익거래 중국인들이 급증하면서 시중 환전소에서 위안화가 모자라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차익거래가 발생했던 2018년 ‘비트코인 광풍’ 시기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위안화 송금 수요가 몰린 건 비트코인 차익거래 말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B은행에서 외국인이 중국으로 송금한 규모는 지난달 250만달러 였지만, 비트코인 김치프리미엄이 20%를 넘어갔던 지난 6일엔 470만달러, 7일 580만달러, 8일 600만달러 어치의 위안화 송금이 이뤄졌다.
최근 위안화 송금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지점은 서울 대림동과 인천, 경기 부천시 등 중국인 밀집지역이다. 대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은 이 지역에 위치한 은행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사설 환전소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거래자금을 중국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몰리다 보니 사설 환전소의 송금용 환전조건이 은행에 비해 나빠졌다. 이날 경기 부천의 한 사설 환전소에선 100만원을 중국으로 송금할 때 5450위안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이날 기준 송금용 환율은 1위안당 172.8원으로 100만원을 송금용으로 환전하면 중국에 5787위안을 보낼 수 있다.
평소 거래하지 않던 중국인들이 은행을 방문해 5만달러까지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개인간 해외송금은 5만달러 이내에서 서류 증빙없이 구두 설명만으로 가능하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중국인 여럿이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섭외해 본국 송금을 요구할 때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년에 중국 송금이 한번 발생할까 말까하는 지점에서도 중국인 방문이 줄잇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런 수법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법상 송금액 5만달러 이상일 때 송금인은 송금 사유를 증빙하고 은행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은행이 모든 송금을 저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김대훈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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