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넘게 적자낸 美 기업…CEO는 보수 400억 챙겼다

입력 2021-04-12 17:25   수정 2021-04-13 01:47

지난해 미국 주요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받은 보수가 전년보다 늘어났다. 코로나19로 회사 실적이 악화하자 연봉을 자진 삭감하겠다는 CEO가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대다수 CEO가 더 많은 보수를 챙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형 상장사 300곳 이상의 CEO가 지난해 받은 보수의 평균이 1370만달러(약 154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12일 보도했다. 2019년(1280만달러)보다 7% 늘었다. 10년 전인 2010년(795만달러)보다는 72.3% 급증했다.

WSJ는 미국 CEO의 보수에서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수 대부분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지난해 미 증시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반등하면서 CEO들이 받은 스톡옵션 가치가 급등했다.

일부 기업은 CEO가 달성해야 하는 경영상 목표치를 낮추거나 보수 책정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크루즈 운항을 하지 못해 연간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손실을 본 노르위지언크루즈라인은 CEO 보수를 두 배인 3640만달러(약 409억원)로 올려 지급했다. 회사 측은 CEO가 임기를 3년 연장한 데 따른 인센티브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미 상장사들의 주주총회에서 CEO 보수의 적정성을 놓고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주총을 연 스타벅스, 월그린 등의 주주들은 해당 기업의 임원 보수가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미국 상장사 대부분이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삭감했고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이 와중에 CEO들만 고통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주들의 불만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업들은 뛰어난 역량을 갖춘 임원의 이탈을 방지하고 경영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미 정계 일각에서도 임원 보수체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CEO 보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CEO 보수가 임직원 평균치보다 50배 이상 많으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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