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4차 대유행 우려속 샴페인 터뜨린 신평사

입력 2021-04-12 17:46   수정 2021-04-13 00:31

“신용평가 보고서만 보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 같네요.”(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4차 대유행 우려가 불거지는 와중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도를 잇따라 올리자 성급하게 ‘축포’를 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활황인 틈을 타 신용평가사들이 ‘영업’을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신용도(장·단기 포함)가 오른 기업은 총 24개(중복 제외)다. 신용등급 전망이 오른 기업이 12개, 신용등급 자체가 오른 기업이 8개, 신용등급 상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오른 기업은 4개다. 한국기업평가가 가장 많은 13개 기업의 신용도를 올렸다. 그다음으로 나이스신용평가가 10개, 한국신용평가가 9개 기업의 신용도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해 별다른 신용도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초까지만 해도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기업 신용등급이 하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표했다. 항공·유통·자동차 등 주요 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종식 시점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탓에 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신용도가 하향 조정된 사례는 드물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중장기적 추이가 중요하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올 1분기를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 선방을 근거로 신용도를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신용도가 오른 기업들의 업종도 건설부터 증권, 렌털까지 다양하다. 업종을 불문하고 신용도 상향 조정의 핵심 근거는 실적 개선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올릴 땐 적극적, 내릴 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경기 회복을 둘러싼 기대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3년 이상으로 만기가 긴 회사채를 발행할 때 필요한 신용등급을 다룬다는 점에서 단기적 실적 전망에 집중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성격이 다르다. 눈앞의 실적 전망보다 중장기적인 사업·재무 안정성을 평가하는 게 본질이라는 의미다. 한 기관투자가는 “신용등급이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펀더멘털에 무게중심을 두고 부여됐을 때 효과적이고 적절한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사 매출 대부분은 기업들이 내는 신용평가 수수료에서 나온다. 고객인 기업을 다른 신용평가사에 뺏기지 않고, 나아가 새로 유치하려면 기업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신용등급이 필요하다.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 ‘카드’가 신용평가사의 영업 확대와 매출에 기여할 순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흔들리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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