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처럼 가까운 지인을 사칭해 구글 기프트카드를 요구하는 피싱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 기프트카드는 구글 앱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이다. 유료 앱이나 게임 아이템은 물론 영화·도서 등 콘텐츠도 구입할 수 있다.
카드 뒷면의 16자리 핀(PIN) 번호를 구글플레이에 입력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전국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어 구매하기도 쉽다. 박씨의 사례처럼 ‘엄마 나 (자녀 이름)인데, 휴대폰이 고장나서 다른 번호로 연락해. 기프트카드를 사서 핀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줘’라고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구글 직원을 사칭해 편의점에 전화를 거는 방식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범인들은 편의점 직원에게 “구글 기프트카드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며 수량 확인을 우선 요구한다. 재고를 알려주면 “수량이 맞지 않으니 환불 처리해주겠다”며 핀 번호를 불러 달라고 한다. 범인들이 핀 번호를 온라인을 통해 등록하면 가게에 있는 기프트카드는 쓸 수 없는 ‘깡통’으로 남게 된다.
유료 앱 구매와 앱 내 결제가 늘면서 범죄자들이 기프트카드를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쉽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보이스피싱 등을 당했을 때 지급 정지 요청이 가능한 금융회사 계좌와 달리 피해구제 대책도 미비하다. 최근에는 범죄 수익을 은닉하는 데도 기프트카드가 자주 쓰이고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구글을 통한 환불도 어렵다. 구글 측은 ‘기프트카드 사기 주의’ 웹페이지를 통해 “(분실 또는 도난을 당해도) 기프트카드의 금액은 재판매, 교환 또는 양도할 수 없으므로 새 기프트카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은 기프트카드가 문화상품권보다 추적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설치된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공조전담반’을 통해 수사 자료를 적극 확보하고 있어 추적에 시간이 걸릴 뿐 모두 잡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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