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 "퇴직연금 시장 잡아라"…종목 담는 '현물 ETF' 출시 잇따라

입력 2021-04-14 17:30   수정 2021-04-15 02:14

자산운용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해 현물형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선 선물형 ETF를 대부분 담을 수 없어서다. 일각에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고난도 투자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물형 ETF를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9일 ‘KODEX 미국S&P500TR’ ETF와 ‘KODEX 미국나스닥100TR’ ETF 등 2종을 출시했다. 각각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S&P500선물(H)’과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 ETF를 운용 중이었다. 선물로 운용하는 상품이 있는데도 현물을 직접 담는 방식의 ETF를 또다시 상장시킨 것이다.

KB자산운용은 같은 날 ‘KBSTAR 미국 S&P500’과 ‘KBSTAR 유로스탁스50(H)’ ETF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이날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와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를 상장시켰다. 한날한시에 세 곳의 자산운용사에서 현물을 담는 해외 주식형 ETF를 선보인 것이다.

자산운용사로선 선물형 ETF가 현물형보다 운용 편의성이 높다. 현물형 ETF를 운용할 땐 지수 내 정해진 비중대로 종목을 실제 매수·매도해야 하지만, 선물형은 지수선물을 매수·매도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P500지수의 ETF를 현물형으로 운용한다면 500개 종목의 유상증자와 상장폐지, 지수 편출·입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며 추종해야 한다. 하지만 선물형 운용 시 거래하는 지수선물엔 이 같은 이벤트가 모두 반영된다. 특히 해외 지수형 ETF는 각 종목과 관련한 정보를 반영하는 게 국내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물로 운용하는 게 비교적 편리하다.

그럼에도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현물형 ETF를 출시하는 것은 퇴직연금 수요를 잡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로는 상당수 선물형 ETF(파생상품의 위험평가액이 40%를 초과할 경우)를 담을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55조5000억원으로 1년 전(221조2000억원)보다 34조3000억원(15.5%)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퇴직연금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려면 현물형 ETF를 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 내 해외 상품 수요가 확대되고 이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동일한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상품이 있음에도 현물형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금소법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소법 시행으로 고난도 투자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물형보다는 현물형 ETF를 출시하는 기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계좌로 선물형 ETF를 담을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새로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파생상품 판매가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운용이 복잡하지만 업계에선 되도록 현물 ETF 운용 쪽으로 가자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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