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나를 리스크에 조금씩 노출시키기만 해도 기회는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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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9 10:59   수정 2021-04-21 18:05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나를 리스크에 조금씩 노출시키기만 해도 기회는 찾아옵니다”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지금은 자유롭게 도전할수록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안정적인 길만 추구하다 보면 좋은 기회를 날릴 겁니다. 저 역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때 그 선택을 안 했으면 지금같은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패스트파이브가 IPO(기업공개) 재도전을 앞두고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고정비 임대차 계약이 아닌 건물주와의 파트너십으로 수익을 나누는 '오피스 솔루션', 스타벅스와 스터디카페의 중간 형태로 공용 라운지를 중심으로 하는 '파이브스팟'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기존 공유오피스 사업에서 벗어나 종합 '오피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새롭게 짠다는 계획이다.

2020년 패스트파이브의 누적 멤버는 1만 8천명, 연 매출은 600억원에 달한다. 패스트파이브는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연평균 2~3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해왔다. 2020년에는 매출 607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43% 성장했다. 특히 운영 중인 27개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을 3%로 매월 유지했다.

토종 공유오피스로 국내에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기까지, 김대일(38)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그리고 이 도전의 원동력은 '사람'이었다. 김대일 대표는 '일과시간엔 늘 사람을 만난다'고 말할 만큼 평소에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자신이 가진 지식과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이를 위해 올 초에는 삼성1호점 내 빈 사무실 한 곳에 조그맣게 자신의 방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장벽을 없애겠다며 직원들과 같은 책상에서 일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그의 자리에 들락거리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까 싶어 결국 '사장실'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방 역시 그냥 만든 건 아니다. 책으로 만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김 대표는 "차 부회장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그로잉업'을 감명깊게 봤다. 대기업은 실행이 느릴 거라 생각했는데 LG생활건강은 스타트업처럼 능동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차 부회장님이 있었다"며 "차 부회장님은 점심시간을 빼고는 늘 사람을 만나되 내부회의를 할 때도 직원들이 '들락날락' 하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한다더라. 나도 모두가 부담없이 다녀갈 수 있는 방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4월 15일 마침 그의 생일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패스트파이브 삼성1호점에서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를 만났다. 이날도 방에서 업무를 하다가 나왔다는 김대일 대표는 패스트파이브를 상징하는 검정색 후드티에 야구모자를 쓴 채 편안한 복장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용 문의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발생 직후 두 달은 평소에 비해 문의량이 20% 가량 늘었다. 신기해서 조사해보니, 가장 많은 경우가 대기업의 거점오피스 문의였다. 코로나19로 대기업의 사무실 분산수요가 대폭 늘면서 이 환경을 구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소규모 빌딩은 소규모 빌딩 대로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건물주가 이를 숨기는 바람에 입주사들이 나중에 알게 되는 문제점이 있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공유오피스 수요가 증가했다. 패스트파이브는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을 모두 안내하고 방역 조치를 실시한다. 공유오피스라는 하드웨어적 개념 이상으로 내부의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많은 공유오피스가 있는데 굳이 패스트파이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두 가지다. 우선 패스트파이브는 서울 전역에 지점이 있기 때문에 분산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한번은 판교의 한 대기업 직원 1000명이 재택근무를 해야 했는데 이들에게 ‘집근처 사무실’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만큼 기업 규모에 맞게 공간을 맞춤으로 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전문성이다. 35개에 달하는 지점을 구축하면서 전문인력을 많이 확보했다. 인터넷만 담당하는 인력이 3명, 공간 운영(maintenance) 인력도 6명이 있다. 이렇게 분야별 전문가를 확보한 덕에 고도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절반 이상은 지인추천을 기반으로 한다. 전체 직원이 200명이고 이중 절반이 커뮤니티 매니저다. 이들의 출신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전 직장 동료들만 추천해줘도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는 확실히 손에 잡히는 개념이 아니어서 인재 채용이 어려운데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를 채용할 때 특별히 보는 것은 무엇인가.
“패스트파이브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 세일즈를 하지만 일반 세일즈와는 개념이 다르다. 마케팅을 통해 고객이 방문하면 계약까지 성사시키는데 이게 보험이나 자동차 같은 눈에 보이는 상품이 아니어서 이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또 기업이 입주한 후에도 여러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서비스 문제해결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또 패스트파이브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이들 매니저들이 완전 새로운 영역을 맡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패파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파이브스팟 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 뽑을 때 나중에 관리자 혹은 다른 직무로 이동이 가능한지까지 염두에 둔다.”



이번에 신사업을 많이 선보인다.
“지난 6년 동안 공유오피스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했다면 앞으로는 ‘오피스 플랫폼’으로 가자고 결단을 내렸다. 공유오피스는 미팅룸, 라운지같은 공용시설 공유가 주 사업이고 이용 기업도 1인~100인으로 정형화 돼있는 편이다. 그런데 6년간 사업을 하다 보니 단기 임대를 필요로 하는 프리랜서부터 500명 이상 대기업까지 수요층이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을 흡수하는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6년간 쌓아올린 노하우 덕에 이제 어느 지역이든 기업이 원하는 대로 사무실 환경을 구축해 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업력이 쌓인 만큼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도 생겨서 인테리어 등 비용 부담도 많이 줄었다. 프리랜서의 경우 일할 공간이 애매하다. 주로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을 많이 이용하는데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큰 회사는 큰 회사 대로 최근 저성장시대에 부침이 심해지면서 이사주기가 짧아졌다. 그때마다 중개인과 의견을 맞추고 인테리어를 새로하는 게 얼마나 번거롭겠나. 그래서 이용자가 누구든 이들의 요구를 빠르게 맞추는 데 역점을 뒀다.”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은 지난해 상장 철회 전부터 계획했던 것인데, 철회 후 전략이 수정되기도 했나.
“지난해 IPO는 그냥 사업의 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위워크가 상황이 어려워지는 걸 보면서, 작년 초부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눈을 돌린 게 소셜커머스 시장이었다. 과거 그루폰, 위메프, 쿠팡 등이 경쟁을 하다가 쿠팡이 로켓배송을 들고 나와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공유오피스 시장 역시 이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했다. 사업 자체가 분기점에 이른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패스트파이브가 기억되기 위해선 로켓배송과 같은 무기가 필요했고 그게 무엇일지 케이스 스터디를 하며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영감을 받은 건 아마존과 스타벅스다. 이들 기업의 20년 성장과정에서 힌트를 얻고 다듬어 탄생시킨 게 파이브스팟과 오피스 솔루션이다.”

이 외에 또 구상 중인 다른 사업이 있다면.
“지금 이 상태로 가면 5년 뒤 약 3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리라고 예상된다. 이들에게 단순히 공간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곱하기 비즈니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건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현재 법인 고객만 2000곳에 달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 법인에 클라우드와 같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또 기업 사내몰과도 협업해 시중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패스트파이브 입주사 직원들에게 특별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30만 개인회원과 1만개 법인이 함께 우리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곱하기 사업을 계속 찾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모바일 앱과 PC웹 내부에도 새로운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개발팀도 이미 세팅이 돼 있다. 예를 들면, 패파 캐시로 회의실 외에도 스튜디오, 어린이집, 세미나실 같은 하드웨어부터 교육 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콘텐츠를 결제할 수 있게 하나의 이코노미를 만드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2015년 첫 사업 후 6년이 지났다. 그간 공유오피스 시장에도 변화가 있었을 텐데.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15년에만 해도 편견이 많았다. 당시 건물주들을 만나면 ‘소호사무실이랑 뭐가 다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소호사무실은 임대료가 밀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일이 다르다고 설명을 해야했다. 불과 6년 만에 이제 건물주를 가려서 받는 상황이 됐다. 또 실제 공유오피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이 시장을 좋아한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2030년이 되면 공유오피스 혹은 플렉서블 오피스가 전체의 20~30%를 차지할 것이라는 한 부동산 오피스 전문기업의 연구 결과가 있다. 나도 동의한다. 지난 5년간 느낀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다. 20년 전, 스타벅스가 서울 이화여대 앞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다들 커피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 인식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나. 공유오피스 시장도 비슷하리라 본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크게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시장가능성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 또 부동산업이 현금흐름이 좋아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업이라는 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라는 제약이 있었는데 이 역시 업력이 쌓이고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길이 많이 열렸다. 예를 들어 요즘은 건물주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공유오피스라는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친구 셋이 모여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기하거나 뜬구름 잡는 사업이 아닌, 이미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많이 쓰는 가장 친숙한 ‘의식주’에서 아이템을 찾았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혁신이 없고 빠르게 실행해서 바꿀 수 있는 ‘주’를 선택했다. 당시 위워크가 미국에서 막 주목받을 때였고 우리도 사업 미팅을 항상 스타벅스에서 했다. 이상하게 사무실에서는 이야기가 잘 안되다가도 스타벅스에 가면 아이디어가 잘 나오더라. 그때 문득 한국에서도 공간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오피스를 만들어보자, 분명 누군가는 열광할 것이다’라고 확신했던 게 지금에 이르렀다.”



대학 생활은 어땠나.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
“고등학교 때가 ‘IT버블’ 시기와 맞물리면서 '다음' 같은 IT기업 대표들을 많이 동경했다. 어떻게 하면 저들처럼 될 수 있을까 알아보다가 대표님들이 다들 공학을 전공한 것을 보고 나도 전자공학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대학을 갔더니 학교는 연구자를 키우는 곳이었고 졸업 후에는 대부분 박사나 교수를 해야 했다. 그래서 창업동아리에 들어갔고 현재 패스트파이브 박지웅 의장과 그때 처음 만났다. 공대 안에 사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있더라. 함께 모여 애플같은 성공사례를 공부하며 경영의 재미를 알았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고 보니 돈도 경험도 없어서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서 우선 벤처캐피탈에 입사해 투자자로서 간접 경험을 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노하우를 쌓으면서 본격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표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대학생들에게 인생선배로서 조언을 해 준다면.
“모교(포스텍)에서 강연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리스크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리스크는 곧 기회다. 기회가 많은 쪽을 선택하라. 저성장 시기가 오면 다들 안정을 추구한다. IMF 때는 의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공무원 붐이 일었지 않나.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정답조차도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은 자유롭게 도전할수록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잘 나가는 회사의 키맨도 다 젊은 사람이다. 너무 안정적인 길을 추구하면 기회를 날리게 된다. 나 역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때 그 리스크 있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리스크를 선택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좋은 방법이 있나.
“한 번에 전 재산을 쏟으라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런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라는 것이다. 꼭 창업을 하지 않아도 먼저 스타트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면 이걸 계기로 다음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 리스크에 자신을 계속 노출시키기 시작하면 새로운 기회가 보일 것이다. 인스타그램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의 인터뷰 중 '전쟁터에서 적군이 어디서 쏠지 모를 땐 현재 있는 곳에서 내게 베스트인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표의 개인적인 계획도 궁금하다.
“아직까지 이 업에 편견이 많은 게 사실이다. 난 이게 기회라 생각한다. 대중이 모두 좋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끝물이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이미 대세다. 이 아메리카노로 사업을 하면 안 된다. 지금 우리는 스타벅스가 한창 세상의 편견과 싸울 때의 상황에 와 있다. 이 산업이 대세가 될 때까지 회사를 잘 만들고 스타벅스만큼의 로열티를 패파가 만들어내고 싶다. 부동산 시장이란 말이 올드하고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있다. 부동산이 과거 50년간은 현대건설이 가진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로 대변된다면 앞으로 50년 동안은 스타벅스와 같은 말랑말랑한 느낌을 가질 것이고 그러면 이 산업에 굉장히 많은기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 또 사람을 많이 만나 새롭게 얻은 인사이트를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 재조합하는 과정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유창고를 한국에서 성공시키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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