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美·日 "6G 5조원 공동투자"가 던진 숙제

입력 2021-04-19 17:54   수정 2021-04-20 00:19

“돈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무섭긴 하네요.”

미국과 일본이 지난 1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6세대(6G) 이동통신에 45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겠다는 소식을 보고 5G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45억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5조원. 정부가 올초 향후 5년간 6G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공개한 1917억원의 20배가 넘는다. 이 관계자는 “6G 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이고 돈을 많이 퍼붓는다고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미국, 일본 같은 강대국이 6G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확인한 것만으로 긴장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사실 미국과 일본은 5G 시장에서 쓴잔을 마셨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화웨이(32.8%), 에릭슨(30.7%), ZTE(14.2%), 노키아(13.0%), 삼성전자(6.4%) 등 중국·유럽·한국 기업이다. 미·일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5G는 말 그대로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다. 인공지능(AI)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대부분의 미래 산업은 5G처럼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필수로 한다. 이런 핵심 인프라의 중요성을 간과한 미국과 일본은 미래 산업 전반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미·일이 차세대 통신망인 6G 시장마저 뒤질 순 없다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배경이다.

잠시 한눈을 팔던 ‘기술 강국’이 작심을 했다는 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걸 시사한다. 더구나 6G는 미국, 일본 같은 전통적인 강국에 유리하다는 말까지 있는 판국이다. 6G의 전송 속도는 초당 1테라바이트(TB)로 5G보다 50배 이상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속도면 기존 기지국 수준이 아니라 통신위성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항공위성 경쟁력이 높은 전통적 강국이 선점하기 좋은 시장인 셈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중국 역시 일찌감치 6G 시대 선점을 외쳐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8년에 이미 6G 기술 확보에 4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19년에 6G 전담기구가 출범한 것을 고려하면 투입 예산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1월엔 세계 최초로 6G 인공위성 ‘텐옌-5호’를 쏘아올리기도 했다.

6G는 일러야 2030년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5G도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은 마당에 무슨 6G냐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전례없이 빨라지는 오늘날 조금만 방심하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건 한순간이다. 더구나 산업의 핵심 인프라·기술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글로벌 6G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투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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