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은 카메라와 튀김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 판매량이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세탁기, TV, 냉장고 시장이 각각 15%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의류관리기, 전기레인지, 커피메이커 등 시장은 30% 이상 커졌다. 식기세척기 시장은 전년 대비 3배 넘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 전망은 더 좋다. 산업연구원은 올 상반기 가전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데다 펜트업 수요가 뒤늦게 시작되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는 올해 세계 가전 시장이 5606억1300만달러(약 626조2047억원)로 2025년까지 연평균 2.65%씩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을 단순 거주공간이 아니라 도피처 등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집 안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려는 생활방식이 굳어졌다”며 “자동차 역시 공유 대상에서 소유 대상으로 바뀌었기에 차량용 소형가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인수 GfK 연구원은 “인테리어, 편리함, 휴식에 중점을 둔 가전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8K(7680×4320)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프리미엄 TV도 판매 호조가 예약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세계 OLED TV 출하량을 580만 대로 예측했다. 지난해(365만 대)에 비해 59% 증가한 수준이다. 2022년에는 670만 대가 출하될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보고 있다. 딜로이트는 올해 8K TV 출하량이 1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 프리미엄·대형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8K 시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딜로이트의 설명이다.
가전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홈 시장도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올해 2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는 프리미엄 가전 전략의 한 축으로 스마트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싱스’ ‘LG 씽큐’ 등 스마트폰 앱에 연동되는 가전 제품군을 늘리고, 나아가서는 집 전체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제품은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가전 시장의 위협 요소 중 하나로 중국 저가 제품의 국내 진출 증가를 꼽았다. 가전업계에서는 주로 소형 가전에서 중국 등 업체들의 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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