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모의 투자 해보니…"3시간 만에 10만원 벌었다" [체험+]

입력 2021-04-21 09:47   수정 2021-04-21 11:43



다음 달 새로운 개인대주제도 시행을 앞두고 개인투자자(개미)들의 공매도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시스템이 20일부터 시작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모든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시장에 진입하기 전 의무적으로 해당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주목적은 개인투자자 보호다.

공매도가 주가 상승 시 원금(매도금액) 초과손실 가능성이 있어 일반 주식거래에 비해 위험성이 큰 투자기법인 만큼, 개념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시장에 진입하라는 의미다. 또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 기관 투자자에 비해 공매도 경험이 적은 만큼 접근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도 있다.
모의거래 시스템 써보니…실현손익률 0.33%
실제로 개인투자자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공매도 거래를 체험해봤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다시 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하락세가 예상되는 A 종목을 빌려 10만원에 팔고 8만5000원까지 주가가 내려갔을 때 다시 구입해 주식을 갚으면 수수료를 제외한 1만5000원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공매도 모의투자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모의거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하자 1억원이 자동 입금됐다. 공매도를 하려면 최소 필요 금액이 1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 금융투자협회(금투협) 관계자는 "1억원의 금액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금융위·거래소 측이 정한 것"이라면서도 "손실 부담이 큰 기법인 만큼 이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에 한해 공매도를 하라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인 허들을 1억원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대주) 시 투자원금 전체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등장했다. 이후 신용거래 약정에 동의하자 '대주 약정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공매도가 가능한 대주신규매도, 대주매수상환 창이 열렸다.

호가 가격을 현재가보다 낮게 올리자 '공매도 업틱 룰 주문 위반'이라는 안내창이 뜨며 현재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하라는 지시가 등장하기도 했다. 공매도 불가 종목으로 뜨는 경우도 잦았다. 현재 공매도 대상은 코스피200, 코스닥150으로 제한돼있다.

이날 기자는 공매도를 통해 셀트리온, SK하이닉스 종목에 투자해 약 10만원의 가상 수익을 얻었다. 오전 11시께 13만8000원에 매주매도한 SK하이닉스 110주를 오후 1시 51분 13만7500원에 매수해 갚았다. 이로써 수수료를 제외한 5만2539원의 금액이 정산됐다.



셀트리온으로는 매주매도한 지 30분도 안 돼 4만7740원의 수익을 거머쥐었다. 오후 1시23분에 30만3000원에 매도 체결한 50주가 매주매수 시각인 오후 1시51분에 30만2000원으로 떨어지면서다.

이날 투자로 얻은 전체 손익은 10만5000원이며, 실현손익률은 0.33%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 보호 방안?…동의하기 어려워"
금투협 사전교육 30분, 한국거래소 모의거래 1시간을 이수하자 실제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그러나 사실상 이 제도가 공매도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우선 모의거래 시스템은 1시간 이수라는 짧은 조건에도, 투자자가 공매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조치가 전무했다. 실제 주식 시장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한 의도일지 모르겠으나, HTS 창에서 공매도 관련 지시사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인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시점,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도에 대한 주의사항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로 접속한 1시간 동안 일반 투자 기법과 정반대인 공매도에 대한 혼란으로 보이는 버튼을 모조리 누르기도 바빴다. 이후 시장을 살피면서 약세를 보이는 주식에 매수매도 주문을 하고, 1주당 500원이라도 오르면 매도매수 버튼을 누르는 기초적인 방식을 반복하자 HTS 접속 시간은 이미 3시간을 훌쩍 넘어 있었다.



이에 앞서 진행된 사전교육은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거래에 나서기 위한 실질적 준비 과정이라기보단, 공매도 관련 개념을 정리하는 절차에 가까웠다. 공매도 거래 구조나 대주 거래 방식,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 소개에 그쳤다.
전문가 "책임 회피 전시행정" vs 금융위 "적절한 조치"
시장 전문가도 금융당국의 '공매도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시스템'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전형적인 수박 겉핥기식 전시행정"이라면서 "금융당국이 맞지도 않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우린 개인투자자에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투자자 손해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일반 주식보다 훨씬 위험성이 큰 공매도는 고도의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몇십년간 고도의 매매기법을 쌓아 올린 기관, 외국인 투자자를 따라가진 못하더라도 공매도에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는 보다 심층적인 커리큘럼이 제시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모의거래 시스템상에서의 이익률을 기대한 개인투자자가 섣불리 실제 주식 시장에 나설 수 있단 점도 우려할 지점이다. 모의거래 시스템에는 기관, 외국인 투자자 대비 개인투자자가 지닌 낮은 자금력, 대주 상환 기간의 차이 등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공매도는 전술, 전략, 자금력 모두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공매도 제도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성과를 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면서 "개인은 의무상환기한인 60일 이내에 손실이 나면 무조건 갚아야 하지만, 의무상환기한이 없는 기관과 외국인은 주가가 내릴 때까지 기다리다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돈을 잃을 확률이 적은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력 가지고 주가를 좌지우지한다면 개인투자자가 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면서 "당분간 자금력, 매매기법 등을 오랜 기간 연마한 극히 일부 개인투자자를 제외하고는 공매도 시장에 나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금융위는 모의투자를 실제 시장과 직접 연계해 판단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모의투자는 공매도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도입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 "당연히 교육 콘텐츠 심화, 이수 시간 증가 등을 통해 공매도 관련 모든 상황을 익힐 수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이는 개인투자자의 성향이 모두 다른 만큼 판단하기 나름이다. 금융당국에서는 1시간30분 남짓의 해당 절차를 투자자 보호 조치로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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