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이 바뀐다

입력 2021-04-21 17:58   수정 2021-04-22 00:24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11년 4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 메세). 개막식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주목할 만한 단어를 언급했다. ‘인더스트리 4.0’. 당시 독일 언론은 ‘인더스트리 4.0 IoT와 함께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이라는 타이틀로 전면 기사를 내보냈다. 독일발 ‘4차 산업혁명’의 막이 오른 순간이다.

독일어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은 신제조업 혁명을 뜻한다. 이제는 세계 산업계의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영역이다. 인더스트리 4.0의 골자는 ‘개인 맞춤형’ 생산 방식이다.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기존의 익숙한 제조업 방식을 탈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방식은 생산비용(cost)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인더스트리 4.0은 맞춤형이면서도 대량 생산 방식과 비슷한 수준의 비용에 제품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4차 산업혁명 10주년 맞아
이렇게 하려면 제조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첨단 설비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개인 맞춤형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공장’이 대두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더스트리 4.0의 창시자는 메르켈의 자문위원 가운데 한 명인 헤닝 카거만 교수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카거만 교수가 인더스트리 4.0 연구에 나선 건 2000년대 중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신제조업 혁명을 모색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의 부상이다. 독일이 어렵게 개발한 제품도 금방 베껴 값싸게 파는 게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독일엔 팽배했다. 급변하는 시장도 영향을 미쳤다. 다양해진 소비자 요구를 맞추는 데 획일적인 대량 생산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카거만 교수를 비롯한 독일 산학연 집단이 수년간 머리를 맞대 수립한 전략이 인더스트리 4.0이다. 개인 맞춤형 시장으로의 변화를 주도하는 동시에 이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소프트웨어 및 기계 설비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게 독일의 궁극적인 목표다. 한마디로 제조업의 판을 뒤흔들겠다는 얘기다. 제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독일 가구업체 노빌리아의 개인 맞춤형 가구, 아디다스의 맞춤형 의류 ‘니트포유’,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가전이 등장한 배경이다.
개인 맞춤형 생산으로 재편
독일이 느꼈던 위기의식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대입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맞춤형 생산을 추구하는 인더스트리 4.0은 대기업보다 유연한 중소 제조업에 특히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국내 인식 수준은 아직 척박하다. 스마트공장을 그저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 설비로 착각할 정도다.

인더스트리 4.0 모델이 완성된 건 아니다. 독일 최대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지난달 ‘독일의 미래, 인더스트리 4.0 10년’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반 10년의 성과와 후반 10년의 과제를 조명했다. 올해 하노버 메세는 AI, 5G(5세대 이동통신), 로보틱스, IoT, 3차원(3D) 프린팅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향후 10년의 제조업은 훨씬 현란한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신제조업 혁명의 파고를 맞은 한국 제조업이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정부와 학계, 제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이런 질문에 제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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