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차단하며 재건축 속도…오세훈式 '투트랙' 통할까

입력 2021-04-21 17:38   수정 2021-04-29 15:32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규제 카드부터 꺼냈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역 네 곳을 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로 신고가 거래가 터지고 있어 선제적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도 어쩔 수 없이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압구정·여의도·목동 54개 단지 지정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4개 지역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구역으로 투기 수요 유입과 거래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곳들이다. 서울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앞서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에 더해 총 50.27㎢로 확대된다. 이들 재건축·재개발 추진구역 내 단지는 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 단계를 포함해 사업 단계와 관계없이 모두 토지거래허가 대상이다.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압구정역을 중심으로 밀집한 24개 단지를 모두 지정했다. 여의도지구는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인근 재건축 단지까지 포괄해 총 16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정했다.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광장, 미성, 삼부, 목화, 한양, 장미 아파트와 인근 단지인 수정, 공작, 서울, 진주, 초원 아파트까지 포함된다. 여의도아파트지구 인근 단지들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 사업 등을 준비 중이어서 이들 단지로 투기 수요가 몰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목동지구도 14개 단지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다만 규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동지구 상업지역은 제외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도 아파트, 빌라, 상가 등 정비구역 내 모든 형태의 주택·토지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다. 오는 27일 발효돼 1년간 지정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면적이 법령상 기준면적(주거지역 180㎡, 상업지역 200㎡ 초과)의 10% 수준(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초과)으로 낮춰진다. ‘투기 억제’라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의 취지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다.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 동향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 추가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정 기간 만료 시점이 되면 재지정(연장)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규제는 풀되 속도는 조절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컸던 재건축, 재개발 단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오히려 규제 강화 신호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는 ‘신속하지만 신중하게’라는 기조 아래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주택 공급 확대는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로 급등한 재건축 단지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승폭은 제한할 수 있지만 집값 상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파트 단지별로 구역을 지정해 이전보다 부작용은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단지별 지정을 통해 일부 재건축 단지의 급등세는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강남 지역 절반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거래량이 줄면서 되레 집값이 상승하고,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단지는 오히려 앞으로 서울시가 재건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재건축이 진행되면 단기 급등세는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안상미/신연수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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