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소수자를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성신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입력 2021-04-21 16:04   수정 2021-04-21 16:05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민주 대학생 기자] 숙명여대, 고려대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건국대, 서울과학기술대의 학생인권위원회. 중앙대, 연세대의 장애인권위원회.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대학 내 소수자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기구다. 코로나19 상황 속 장애 학생들은 자막이 제공되지 않는 실시간 수업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학 내 소수자 문제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러한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신여대 교내기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소개한다.



학생 인권 지키기 위해 출범한 성신여대 학소위
2019년 성신여대는 성폭력을 저지른 현대실용음악학과 소속 A 교수를 재임용했다. 학생들은 이에 반대하는 메모지와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하고 여러 차례 거리 행진에 나섰다. 결국 교육부가 성폭력 사실을 확인하고 성신여대에 A 교수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후 성신여대 내에서는 문제를 후발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발생 자체를 사전에 방지할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학소위)’는 학생들의 인권에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고 인권 담론의 확장 및 역량 확보를 위해 출범한 기관이다.

학소위는 학생독립자치기구로 학내 모든 소수자와 연대한다. 학내외의 권리침해 사안에 대해 연대하고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2021년 7월 1일 출범했다. 출범 전에는 학내 학생 단위로 TF를 모집하여 관련 회·세칙을 꼼꼼히 검토했다. 현재 학소위는 교육부, 대외부, 정책부, 총무부, 홍보부 총 5개의 부서로 이뤄져 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학내외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학소위원 민 모 씨와 이 모 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학소위는 지난 2월 ‘2021 인권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인권 가이드라인은 학소위 내부에서 구성된 TF팀이 한 달에 걸쳐 제작한 것이다. 민 씨는 “인권 가이드라인은 매년 총학생회 또는 자치기구에서 제작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2021년 인권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소위의 인권 가이드라인은 흔히 사용하는 혐오 발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목소리를 내거나 조력자 역할을 할 때 참고할 수 있게 한 것이 주요 목표다. 권리 이슈와 학내 사안에 대한 연대문 작성, 인권 관련 영상물도 제작하고 있다. 학소위는 한 달에 한 번 내부 세미나를 통해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며 ‘인권’에 대해 공부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성신여대 내 인권담론을 활발히 하는 오프라인 활동을 기획할 예정이다.



캠퍼스끼리 소수자 인권 지키기 위한 연대도 이어가
학소위는 여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대학생인권자치단체연합,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이하 장대넷)와 연합하며 더욱 영향력 있고 깊이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모 씨는 세 단체에 모두 위원으로서 한 달에 두 번 회의에 참석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생인권자치단체연합은 대학 내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소위는 많은 자료를 공유하고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장대넷은 배리어프리한 대학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출범한 단체로, 성신여대, 건국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등의 인권동아리 및 학생자치기구로 구성돼있다. 초반에는 연세대, 중앙대, 고려대에서 배리어프리 행사 가이드라인, 배리어 프리한 공지 가이드라인, 장애여성공감의 번역 자료 등을 제작해 전국 대학 총학생회와 인권 단위에 전송했다. 그 과정에서 활동에 관심을 두고 참여 의사를 표한 단위들과 연대체를 형성한 것이다. 이들은 2021년에 장애 인권 학술 세미나, 학습권 가이드라인 제작, 대학 내 키오스크 접근성 문제 해결, 대학별 연합 강연 및 법안 제·개정 운동의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학소위의 경우, 대학 내 키오스크 시설 접근성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해서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정책 제언하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민 씨는 “성신여자대학교 내 키오스크가 휠체어에 앉아 조작이 가능한지, 음성 안내, 언어 변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와 함께 근처에 도움을 요청할 직원이 있는지를 조사하며 키오스크 시설 접근성 문제에 심각성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장대넷에서 각 대학의 현황을 공유하고 대학 내 키오스크 시설에 관한 공동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속 소수자 지키는 것은 아주 사소한 관심부터 시작
코로나19 상황 속 심화하고 있는 취약 계층 문제에 대해 학소위원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첫 번째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차원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를 발 빠르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 씨는 “개인의 힘에서 정치적인 힘으로 이어지는 것이 말로는 거창해 보일 수 있다. 소수자와 연대하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모여 학소위가 만들어진 것은 그 시작”이라며 “각 단체가 모인 연대 단체에서는 학교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정부 차원의 정책 논의가 오고 간다. 이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실천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특히 ‘낙태죄 전면 폐지’ 관련 의견서 총공이 기억에 남는다”며 “정기국회 마감일 하루 전,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공청회 참가 및 지지의견 요청을 담은 의견서를 강북구와 성북구 국회의원의 이메일, 전화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민 씨는 “또한 유니브 페미, 청소년청년페미니스트 100인 선언이 주관하는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를 주최하며 해당 게시물들을 홍보하고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학소위원들이 ‘160만 인의 선언: 낙태죄 폐지 전국 대학생 공동 행동’에 참여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연설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 씨는 “활동하며 항상 배움의 연속 선상에 있다고 느낀다. 학소위원들끼리도 활동 분야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회의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항상 다양한 담론이 이뤄진다”며 “함께 있으면 항상 깨닫고 배우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보람찼던 활동으로는 빈민·철거민, 비건, 돌봄 노동, 꾸밈 노동에 관한 인권 강연을 기획하는 동시에 청강했던 인권축제를 꼽았다. 강연자의 말은 학소위에게 또 다른 관심의 시작, 인권 활동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고.

학소위는 5월 말에 인권주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인권주간을 통해 강연회, 세미나 등의 다양한 인권 담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씨는 “학소위의 존재가 앞으로 더 많은 학생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학소위 홍보와 학생분들과의 연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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