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구 감소·국경 봉쇄가 보내는 '인플레 경고'

입력 2021-04-22 17:23   수정 2021-04-23 02:33

지난 40여 년간 세계 물가가 안정세를 보여온 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덕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변화하는 인구구조다. 세계 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 중 하나는 노동 인구 증가였다.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와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해지고, 중국과 동유럽이 세계 경제에 통합되면서 노동 인구는 대규모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선진국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시장에 대거 유입됐던 중국의 노동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지구촌을 덮치면서 각국은 국경을 걸어 잠갔다. 이로 인해 가용 노동인구는 크게 줄어들고 세계화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출신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와 마노즈 프라단이 쓴 《인구 대역전》은 인구 감소와 세계화의 둔화로 인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경고한다. 코로나19는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유례없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는 코로나 대응책으로 14조달러에 가까운 정부 재정을 시장에 풀었다. 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98%에 가깝게 치솟았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는 소비하는 것보다 생산을 더 하는 반면 피부양자는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를 많이 한다. 준비되지 않은 노년층은 정부의 지원과 연금에 의존하게 되고, 길어진 수명만큼 충분히 저축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피부양자가 노동자 수를 넘어서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고 강조한다. 이때 정부는 피부양자의 연금과 의료비 재원 충당을 위해 노동자에게 과도한 세금 부담을 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노동자가 실질임금 확보를 위해 임금 상승을 요구하게 된다. 저자들은 경고의 의미를 담아 이렇게 묻는다. “머지않아 닥칠 ‘당연하지만 잠재적인’ 위기에 세계 경제는 준비돼 있는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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